지난 2016년 11월28일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를 적극 억압하고, 찬성 시민단체를 적극 활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한겨레>가 확보한 2015년 10월26일 교육부의 당·정·청 회의 자료 ‘올바른 역사교과서 추진 상황 및 향후 대책’ 보고서를 보면, 교육부는 당시 국정화 반대 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전교조와 ‘전국역사교사모임’의 동향을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상세히 보고했다. 교육부는 전국역사교사모임에 대해 “역사수업 및 각종 저술활동을 통해 ‘전교조 역사관’을 교사·학생에게 주입”한다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전교조 역사교육 활동 내용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의 당위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언론, 새누리당, 보수단체에 각각의 대응을 주문했다. 먼저 교육부는 언론이 할 일로 “기획 기사 방식으로 친북·좌편향 내용으로 구성된 교육 자료들의 문제점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할 것을 꼽았다. 새누리당이 할 일로는 “각종 홍보물, 주요 의원 메시지 등을 통해 전교조 교사들의 역사교육 자료의 편향성을 집중 제기”하자고 했다. 또한, 시민단체에는 “SNS 등을 통해 (교과서) 내용 편향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 제기 및 대응활동을 전개”하는 홍보를 하자고 했다.
국정화 여론몰이에 반대하는 단체에 대한 동향 파악은 구체적으로 이뤄졌다. 교육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네트워크 주도로 집회·기자회견 등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전교조는 네트워크 내 주도단체로서 10월23일 교사대회 개최 및 시국선언·연가투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 결과는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치밀한 대응으로 이어졌다. 교육부는 보고서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반대 활동 대응’ 항목을 따로 만들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10월26일 부교육감회의를 활용해 교원에 대한 지도·감독 및 학생 교육을 철저하게 당부”하고 “교사들의 시국선언 및 불법 집회 등 ‘교육의 중립성’ 훼손에 대한 엄정 조치”하자고 했다.
반면, 교육부는 보수 시민단체를 통해 국정화 지지활동을 확산시키려 했다. 교육부는 “시민단체 어버이연합, 경우회, 고엽제전우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시민단체 중심으로 지지 활동을 확산”하자며 “주로 좌파 집회장소 인근에서 맞대응 성격의 집회나 기자회견을 개최”할 것을 당정청 회의에 보고했다. 이어, 100여개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 ‘좋은교과서 만들기 시민연대’로 10월23일 출범해 활동을 개시한다는 내용도 보고했다.
이밖에도, 청와대·새누리당·교육부는 당정청 회의를 통해 여당인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역할과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역할도 제안했다. 당정청 회의에서는 새누리당에 “10월26일 당 최고위원회 개최 시, 최고위원 5인을 통해 현행 역사교육의 문제점과 개선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야권의 반발에 대응”하자며 “각종 지지단체 행사 시, 당 최고위원들의 참여를 통해 행사의 취지가 언론에 보도될 수 있도록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또한, 여의도연구원소에 “편향 수업의 폐해를 진단하는 문항을 구성해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도출하고, 언론보도 및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해 결과를 확산”하라고 주문했다.
김미향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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