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제풀이 그만, 학교 교육 정상화’ 대 ‘불공정 학종 폐지, 정시 확대’.
정부가 대학입시제도에 관한 ‘국민의 뜻’을 본격적으로 묻겠다고 나섰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대입 제도에 관한 결정권을 학생·학부모와 교사 등 여러 교육주체의 몫으로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정부가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예고한 시점까지는 넉달밖에 남지 않은데다, 중간에 6월 지방선거가 끼어 있어 자칫 대입제도 논쟁이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일부 교육감 후보는 대입 방안을 6월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모양새다. 대구교육감과 경북교육감은 최근 ‘정시모집 확대 철회를 위한 대정부 공개 건의서’를 발표하고 교육부가 현 고2를 대상으로 각 대학에 주문한 ‘정시 확대’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두 교육감은 “무너진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시킬 수 있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며 교육부는 학종 확대로 교육의 본질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문을 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수시와 정시 통합 여부, 일각에서 ‘금수저 전형’으로 지목하는 학종 강화 및 폐지,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도입 여부 등이 득표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입제도 논의가 교육주체 간의 논쟁을 넘어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확대되는 이유에 대해 ‘계층 간 갈등이 전면화된 것’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종 공정성 문제는 단순히 교육정책에 대한 사안이 아닌 ‘정치적 뇌관’이 됐다”며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한국 사회에서 입시가 가진 자들의 것이 됐다는 국민들의 박탈감이 심하고 그중 정성평가 요소가 큰 학종이 주된 역할을 했다는 ‘학종 불신’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대입제도 논쟁은 교육정책만이 아닌 계층 간 갈등의 현장이며 지역 간 대립의 현장이다. 그런데 계층적 이해관계는 숨기고 마치 교육과 학문의 정당한 논쟁인 것처럼 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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