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이 계획 중인 목성위성탐사선 \'지모\'의 상상도. <한겨레> 자료사진
김용석의 고전으로 철학하기
갈릴레오의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목성 위성 관찰한 갈릴레이
천동설이 틀렸음을 증명하다
‘도구’가 일으킨 과학사의 혁명 1996년 여름 나는 기적 같은 일을 경험했다. 방학중이라 이탈리아 피사 근처의 한 수도원에 손님으로 머물고 있었는데, 한 밤 중 유난히 환한 뜰에 나섰다가 그 자리에 장승처럼 굳어 버렸던 것이다. 별이 총총한 하늘이 아니라, 별들로 꽉 찬 벌판에 오히려 검은 하늘의 틈새가 드문드문 보일까말까 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고개를 젖히고 별들의 세상을 보고 있었던지 갑작스런 한기에 고개를 바로 하려 했으나 목이 온통 굳어 있었다. 할 수 없이 두 손을 깍지 끼워서 목덜미에 대고 앞으로 서서히 당겨야 했다. 아주 특별한 기상 조건 때문에 일어났을 그런 ‘기적’의 밤은 내 인생에서 다시 반복되지 않았지만,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와 함께 하는 별들의 존재를 깊이 인식하는 계기였다. 피사 태생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하늘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별들을 손수 만든 망원경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우선 달을 관찰하고, 은하수를 관찰하고, 마침내 목성을 관찰하면서 그 주위를 돌고 있는 4개의 위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관측 결과에 대한 보고서 형태의 소책자를 발간했다. 이는 인류의 지식 체계를 뿌리째 뒤흔들 사건의 발단이었다. 특히 4개의 위성이 목성 둘레를 돌고 목성은 태양 둘레를 돈다는 사실로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의 우주관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관에 의하면 지구만이 천체 운동의 유일한 중심이었다. 지구에게만 유일하게 자기 둘레를 도는 달이 있다는 사실 또한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망원경 관찰로 지구는 위성을 가진 유일한 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주에 지구 외의 운동 중심이 있다는 것을 관찰로 증명해서 그 기록을 책으로 출판했던 것이다. 그 책의 제목이 라틴어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1610년)이다. 이 말은 ‘별의 소식’과 ‘별의 소식 전달자’ 라는 이중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생생한 관측 기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아직까지도 발간 당시의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이 짧은 논문에서 나는 모든 자연 탐구자들이 정밀 검토하고 숙고해야 할 대단한 것을 제시하고자 한다. 내가 대단하다고 말한 것은, 그 자체가 범상치 않기 때문이고, 워낙 새로워서 일찍이 수세대 동안 들어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며, 그것들을 우리 눈앞에 저절로 드러내 보인 도구 역시 대단하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는 뛰어난 지성을 지녔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 자신 이 책이 지성의 산물이라기보다 관찰 ‘도구’의 산물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지난 500년 동안 개념이 일으킨 혁명으로는 코페르니쿠스, 뉴턴, 다윈, 맥스웰, 프로이트, 아인슈타인의 이름과 관련된 여섯 가지 주요 혁명만이 발생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도구가 일으킨 혁명은 20가지 정도 일어났다고 과학사를 해석한다. 도구가 일으킨 혁명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천문학에서 망원경을 사용함으로써 지동설을 증명한 ‘갈릴레오 혁명’이며, 다른 하나는 생물학에서 X선 회절을 사용하여 DNA 분자 구조를 알아낸 ‘크릭-왓슨 혁명’이라는 것이다. 갈릴레오는 수학 교수였다. 추상화하고 개념화하는 작업에 익숙했던 학자였다. 그러나 그가 과학과 철학에 준 인식론적 가르침은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어떻게 하든 ‘잘 관찰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개발하라는 것이었다. 잘 알려진 갈릴레오의 대표 저서는 <두 가지 주된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다. 망원경이라는 도구의 혁명으로 인류에게 근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별들의 소식’을 전해준 최초의 저서였기 때문이다. anemoskim@yahoo.co.kr
천동설이 틀렸음을 증명하다
‘도구’가 일으킨 과학사의 혁명 1996년 여름 나는 기적 같은 일을 경험했다. 방학중이라 이탈리아 피사 근처의 한 수도원에 손님으로 머물고 있었는데, 한 밤 중 유난히 환한 뜰에 나섰다가 그 자리에 장승처럼 굳어 버렸던 것이다. 별이 총총한 하늘이 아니라, 별들로 꽉 찬 벌판에 오히려 검은 하늘의 틈새가 드문드문 보일까말까 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고개를 젖히고 별들의 세상을 보고 있었던지 갑작스런 한기에 고개를 바로 하려 했으나 목이 온통 굳어 있었다. 할 수 없이 두 손을 깍지 끼워서 목덜미에 대고 앞으로 서서히 당겨야 했다. 아주 특별한 기상 조건 때문에 일어났을 그런 ‘기적’의 밤은 내 인생에서 다시 반복되지 않았지만,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와 함께 하는 별들의 존재를 깊이 인식하는 계기였다. 피사 태생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하늘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별들을 손수 만든 망원경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우선 달을 관찰하고, 은하수를 관찰하고, 마침내 목성을 관찰하면서 그 주위를 돌고 있는 4개의 위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관측 결과에 대한 보고서 형태의 소책자를 발간했다. 이는 인류의 지식 체계를 뿌리째 뒤흔들 사건의 발단이었다. 특히 4개의 위성이 목성 둘레를 돌고 목성은 태양 둘레를 돈다는 사실로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의 우주관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관에 의하면 지구만이 천체 운동의 유일한 중심이었다. 지구에게만 유일하게 자기 둘레를 도는 달이 있다는 사실 또한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망원경 관찰로 지구는 위성을 가진 유일한 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주에 지구 외의 운동 중심이 있다는 것을 관찰로 증명해서 그 기록을 책으로 출판했던 것이다. 그 책의 제목이 라틴어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1610년)이다. 이 말은 ‘별의 소식’과 ‘별의 소식 전달자’ 라는 이중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생생한 관측 기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아직까지도 발간 당시의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이 짧은 논문에서 나는 모든 자연 탐구자들이 정밀 검토하고 숙고해야 할 대단한 것을 제시하고자 한다. 내가 대단하다고 말한 것은, 그 자체가 범상치 않기 때문이고, 워낙 새로워서 일찍이 수세대 동안 들어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며, 그것들을 우리 눈앞에 저절로 드러내 보인 도구 역시 대단하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는 뛰어난 지성을 지녔던 인물이다. 그런데 그 자신 이 책이 지성의 산물이라기보다 관찰 ‘도구’의 산물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지난 500년 동안 개념이 일으킨 혁명으로는 코페르니쿠스, 뉴턴, 다윈, 맥스웰, 프로이트, 아인슈타인의 이름과 관련된 여섯 가지 주요 혁명만이 발생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도구가 일으킨 혁명은 20가지 정도 일어났다고 과학사를 해석한다. 도구가 일으킨 혁명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천문학에서 망원경을 사용함으로써 지동설을 증명한 ‘갈릴레오 혁명’이며, 다른 하나는 생물학에서 X선 회절을 사용하여 DNA 분자 구조를 알아낸 ‘크릭-왓슨 혁명’이라는 것이다. 갈릴레오는 수학 교수였다. 추상화하고 개념화하는 작업에 익숙했던 학자였다. 그러나 그가 과학과 철학에 준 인식론적 가르침은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어떻게 하든 ‘잘 관찰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개발하라는 것이었다. 잘 알려진 갈릴레오의 대표 저서는 <두 가지 주된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다. 망원경이라는 도구의 혁명으로 인류에게 근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별들의 소식’을 전해준 최초의 저서였기 때문이다. anemoski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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