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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진정 원하는 너 자신이 되렴!

등록 2005-12-11 21:51수정 2005-12-12 18:53

아낌없이 주는 나무
칼데콧 상을 받은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라는 그림책이 있다. 어느 날 아침 엘라가 말한다. “오늘은 분홍색 물방울무늬 바지랑 알록달록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줄무늬 양말에 노란구두를 신어야지. 그런 다음 빨간 모자를 써야겠다.” 그러자 엄마가 너무 거추장스럽다며 파란 원피스에 하얀 샌들을 신으라고 한다. 엘라는 싫다고 하며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분명하게 말한다.

“그건 너무 화려해.” 아빠는 엘라에게 티셔츠와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으라고 한다. “싫어요!” 엘라가 화를 내며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다시 주장하지만, 이번에는 언니가 나선다. “그러면 너무 바보 같을 거야.” 언니는 자신의 작아진 옷과 신발을 권하고, 무지무지 화가 난 엘라는 인형을 집어던지며 외친다. “난 분홍색 물방울무늬 바지랑, 알록달록 꽃무늬 원피스를 입을 거야! 거기다 줄무늬 양말이랑 노란 구두를 신고 빨간 모자를 쓸 거라고!” 엘라는 옷장을 뒤져 원하던 대로 차려입고 거울 앞에서 만족스러워한다. 조금 뒤 놀러온 친구들은 엘라에게 아주 멋지다고 말한다. 그런 친구들의 옷차림 역시 감탄할만함은 물론이다.

내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이 책이 없었지만, 나도 아이가 입고 싶은 옷을 골라 입도록 두었다. 계절이나 기후에 아주 안 맞는 옷을 입겠다고 할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 추울 텐데” 등으로 만류해 보다가, 그래도 고집하면 그냥 놔두었다. 머리 모양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유치원에 다닐 무렵 아이는 동네에서 가장 독특한 모습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 무렵까지 그 애는 정말이지 환하고 빛났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개성이 용납되지 않는다. 학교 규율과 색다름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아이의 고유한 생각과 언어는 서서히 억압당하고 지워진다. 세상에 대해 실망하고 체념하며 서서히 빛을 잃어가던 아이를 지켜보며 나는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 수많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지금도 그러하다.

다행히 문학은 언제나 개인의 편이다. ‘교육’이 아닌 ‘문학’을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거기 있다. 평생 동안 세상과 맞설 끼와 깡과 에너지의 원천을 유년기 문학에서 얻을 수 있음을 체험적으로 나는 안다. 좋은 어린이 책들은 온갖 다채로운 방식으로, 끊임없이 하나의 진실을 속삭여주는 것이다. “너는 옳다. 진정 원하는 너 자신이 되렴!”

선안나/동화작가 sun@iic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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