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의원, 교수-자녀 간 수강·성적부여 실태조사
‘수강 금지, 불가피 땐 사전신고’ 교육부 권고도 무색
‘수강 금지, 불가피 땐 사전신고’ 교육부 권고도 무색
지난해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자신의 소속 학과에 아들을 편입학시킨 뒤 자신의 강의를 수강한 아들에게 최고학점을 주는 등 특혜를 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그 뒤 교육부는 대학들에 교수 부모의 강의를 자녀가 수강하지 못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면 사전에 수강 사실을 신고하게 하는 등의 조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사전신고제’를 도입한 대학은 아직까지 절반 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4~2018 교수-자녀 간 수강 및 성적부여 등 학사 운영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184곳 대학 가운데 163곳 대학에서 교수와 자녀가 함께 재직·재학하고 있는 실태가 확인됐다. 전체 교수 2930명과 자녀 3093명이 같은 대학에 재직·재학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교수 583명과 자녀 599명은 같은 대학의 같은 학과에 다니고 있었다. 부모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은 599명 가운데 376명(62.8%)로, 절반이 넘었다. 이 가운데선 2~7과목을 수강한 학생이 222명으로 가장 많았고, 8~10과목을 수강한 학생은 26명, 11과목 이상을 수강한 학생이 8명에 달했다. 다른 학과 소속인데도 부모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도 262명(10.5%)이나 됐다.
서울과기대 사건 이후,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각 대학에 ‘교수-자녀 간 강의 수강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부모인 교수의 강의에 자녀인 학생이 수강신청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부득이한 경우엔 ‘사전신고서’를 제출토록 하는 등의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박경미 의원실이 제출받은 ‘이행 현황’을 보면, 전체 187곳 대학 가운데 55.1%인 103곳만이 ‘사전신고제’를 도입했다고 밝힌 상태다. 31%는 “개정중”이라 밝혔으나, 13.9%는 ”미이행” 상태였다. 위반교원에 대한 제재조치 근거를 마련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44.4%만이 “이행했다”고 밝혔을 뿐, “개정중”(35.8%)과 “미이행”(19.8%)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2014~2018년 사이 교육부가 전체 13건의 부정사례를 확인했으나, 조치가 진행 중인 3건을 뺀 나머지 10건은 주의·경고 등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박경미 의원실은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제도 도입을 권고한 뒤로 1학기 정도가 지났는데, 많은 대학에서 대학평의원회 개최 등 의사결정과정을 거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더욱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박경미 의원은 “교수가 시험출제, 성적평가 등의 전권을 가진 상황에서 자녀가 부모 수업을 수강하고 부모가 자녀의 성적을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교육부의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대학의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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