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실시한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4월8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서울 용산공고 원격수업 녹화를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죽하면 엄마한테 ‘학교 그만두고 군대나 가야겠다’고 했겠어요.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올해는 (취업은)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 같아요.”
ㄱ(18)군은 중소 지방도시의 한 상업계 특성화고 3학년생이다. 정보통신 관련 과에 다니는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초조하고 불안하다. 원래 고졸 채용 수요가 별로 없는 분야인데다가 뉴스에서는 ‘코로나19로 고용이 얼어붙었다’는 소식만 들리는 탓이다. “선생님 말로는 우리 과뿐만 아니라 관광과, 회계과 할 것 없이 3~4월에 학교로 들어온 취업처가 거의 없다더라고요.”
취업에서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친구들도 생겼다. 하지만 이런 선택지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정형편이 정말 안 좋아서 내년부터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애들은 대학도 못 가니, 코로나19 타격을 그대로 입을 수밖에 없어요.”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고졸 채용공고는 눈에 띄게 줄었다. 강상욱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은 “채용공고는 그냥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강 교장은 “보통 5월이면 학생들 희망 기업 조사·상담까지 끝내고, 해당 기업체에서 구인공고가 오면 매칭을 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는 시기”라며 “그런데 지금은 취업과 관련한 모든 일정이 멈춘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최근 몇년 동안 하락세인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은 우려를 더욱 키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아 공개한 ‘2015∼2019 전국 특성화고 취업률’ 자료를 보면, 2015년 72.5%였던 취업률은 2018년 66.3%, 2019년 57%로 급전직하했다. 강 교장은 “올해 고3들의 취업률은 예측이 어려운 정도”라고 덧붙였다.
원격수업을 하는 통에, 실습을 충분히 해보지 못하고 졸업해야 하는 상황도 학생들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교육부는 특성화고와 예체능계 학교에 원격수업으로는 이론 수업을 먼저 하고, 등교가 가능해진 이후 실습을 집중적으로 하는 ‘집중이수제’를 활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실습 수업이 대부분인 특성화고 3학년의 상황과 한참 동떨어진 대책이다. 더구나 인문계고 3학년을 상대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2주 연기 등 세세한 대책이 잇따라 나왔지만, 특성화고는 집중이수제가 사실상 대책의 전부다. 교육당국의 관심이 인문계고와 대학입시에 쏠려 있어 특성화고 맞춤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인천의 한 자동차고에서 자동차과 부장을 맡고 있는 교사 ㄴ(52)씨는 “자동차과 학생들은 수십 단계에 이르는 자동차 분해·조립 과정을 2학년에서 3학년에 걸쳐 2년 동안 실습한다”며 “원격수업 기간 동안 이론만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이 실습량이 부족하다며 많이 불안해하고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ㄱ군도 “우리도 교육부가 보호해야 할 학생인데 너무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 채용 문제를 학교에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3월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여러 공기업과 금융권, 대기업들이 채용 일정을 정확히 세우지 못한데다 채용 계획에서 고졸 채용을 없애고 대졸자만 채용하겠다는 회사도 있다”며 정부의 관심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강 교장은 “정부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채용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식으로 고졸 채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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