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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학도 과학도 영어로 가르치고 영어로 배워라

등록 2006-01-15 15:46수정 2006-01-16 14:41

말레이시아 남부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인근 눔빡마을의 초등학생들. 말레이시아는 3년 전부터 초등학생들에게 과학·수학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코타키나발루/윤진 기자
말레이시아 남부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인근 눔빡마을의 초등학생들. 말레이시아는 3년 전부터 초등학생들에게 과학·수학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코타키나발루/윤진 기자
“정보·기술 국제 경쟁력 키우자”
2003년부터 초등학교까지 도입
영어소통 퇴직 교사 1만명 재고용
미국 원어민 보조교사로 채용도

나라 밖에선/말레이시아 영어교육 열풍

말레이시아에 영어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국가가 앞장서 공교육 과정 중 일부 과목을 2003년부터 영어로만 가르치고 있다. 정보·기술 분야 등에서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교육부는 취지를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초·중등 학교에서 2003년 1월 입학한 학생들부터 과학, 수학 과목을 영어로만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해당과목의 지식까지 고루 갖춘 교사가 부족한데다,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제대로 따라올 수 있는지 등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거세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최근 현지발로 전했다.

“14는 ‘포티(forty)’가 아니라 ‘포틴(fourteen)’이에요.” 수도 콸라룸푸르 인근에 있는 스리쿠라나 초등학교 1학년 수학 수업 시간, 교사 나누단(60)은 요즘 학생들에게 두자리 숫자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5년 전까지 중학교 영어교사였다. 퇴직 후 지난해부터 기간제 교사로 다시 교단에 섰다. 이 학교 전체 교사 56명 가운데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는 약 절반 정도이고, 그 중 10명이 나누단처럼 기간제로 고용됐다.

2003년 1월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할 당시, 정부는 영어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은 정년을 연장했고 퇴직 교사 1만명을 기간제로 재고용했다.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가 부족해, 정부가 마련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영어 교사 출신들은 전공과목이 아닌 생소한 이과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나누단은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은 처음”이라며 “가르치는 방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정말 헷갈린다”고 말했다.

영어 수업 도입 뒤, 학생들의 영어 성적 뿐 아니라 학과 성적도 조금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월2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05년 중학교 3학년의 전국 학력평가 결과, 2004년보다 과학은 3.4%, 수학은 1.2% 각각 성적이 올랐다. 이 학생들은 수학·과학을 영어로 배운 첫 학생들이다.

영어 과목 점수 향상도 눈에 띈다. 2005년 합격점수를 받은 학생은 73.8%였다. 2004년 70.1%, 2003년 68.1%로, 통과 비율이 해마다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교육부는 언젠가 99%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시도는 ‘실패작’이라고 비판했다고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통신>이 전했다. 수학·과학 시험에서 학생들이 답안을 영어나 말레이어 중 하나를 선택해 작성하도록 했는데, 수학에서 영어를 쓴 학생은 27%, 과학에서는 33%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말레이어로 답안을 작성했다.

주 정부 차원에서도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베르나마통신>은 지난달 31일 “테렝가누 지역에서 중등학교 학생들의 영어 사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국에서 교사 10명을 영어보조교사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테렝가누 지역 10개 학교에 5개월동안 배치돼, 영어 수업은 물론 연극, 토론 등 다양한 학교 생활에서 영어 활용법을 지도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 대사관, 말레이시아 어메리칸 교환교육위원회, 테렝가누주 교육부 등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주 교육부는 “테렝가누 주민들의 영어 사용능력은 매우 낮다”며 “학생들이 일상 생활에서 더 자주 영어를 쓰게 하기 위해 이 방법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0개 학교에서 결과가 좋으면, 다른 학교들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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