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설리번어린이 영어스쿨에서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있다. 교육부는 영어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여 도·농간, 계층간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를 초등학교 1학년까지 영어교육을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겨레〉자료사진
초점 초등학교 영어 조기교육 확대 논란
정부의 초등학교 영어 조기교육 확대방침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계획을 보면 현재 3학년부터 하고 있는 영어교육을 1·2학년까지 확대하되, 우선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전국 시·도별로 1곳씩 16개 연구학교를 선정해 1·2학년 시범운영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시범운영 뒤 2008년에 전면 시행할지를 결정한다.
교육부가 밝힌 기본 생각은 영어 조기교육 강화로 국제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미 이뤄지고 있는 초등 1~2학년생들의 영어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여 도농간, 계층간 영어교육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여기에, 현재 전국 초등학교의 30%(1711곳)에서 특기적성이나 재량활동 시간에 실질적으로 1·2학년 영어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이런 현실을 정규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지도 곁들이고 있다. 초등학교 재량 영어교육도 도농 격차가 엿보인다. 특별·광역시의 경우 47.5%의 학교에서 이뤄지는 반면, 도 지역은 23.3% 학교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또, 어학공부를 위한 초중고생의 조기 유학·연수 비용이 2005년 1~11월 30억달러를 웃도는 등 국가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한다.
반론도 물론 거세다.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은 곧바로 반대입장을 냈다. 현재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1997년 도입돼 3학년부터 이뤄지고 있다. 이때도 찬반논란이 격렬했다. 논점은 크게 영어교육 시기의 적정성 논란, 학교 영어교육 여건론, 사교육 팽창론 등으로 모아진다.
도·농격차 해소·조기유학 차단 목적
2008년 초등 1·2학년까지 확대 방침
9년전 초등교 도입때 논란 재연
“연령 낮추기보다 현행서 내실화를”
영어교육 적정 나이에 대한 논란은 학자들 간에 이론적으로 팽팽히 맞서온 것이다. 외국어교육은 어릴수록 좋으며 원어민과 같은 발음 습득을 위해서 만 6살 이전에 해야 한다는 쪽과, 외국어 습득에서 중요한 건 발음이 아니라 의사소통이며, 발달과정상 결정적 시기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심리언어적 차이가 결정적 시기를 결정한다는 쪽이다. 어릴적 이중언어 사용은 모국어 습득에 걸림돌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과)는 “유럽의 경우 언어들이 서로 비슷해서 어려서부터 2~3개 말을 모국어처럼 하지만 동양어는 완전히 다르다”며 “온 국민에게 영어가 필요한 게 아닌 만큼 중학교부터 영어교육을 내실화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홍인기 정책위원은 “초등 영어교육 도입 당시, 1·2학년은 우리 말글 교육에 충실하고 3학년부터 가르치자는 것이 사회적 합의였다”며 이런 합의를 뒤엎을 어떤 근거도 없이 갑자기 조기 영어교육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해외유학 급증의 이유가 언어 습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김학윤 사무국장은 조기 해외유학이 느는 데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와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크다고 지적한다.(?5c표3 참조) 1학년 영어교육으로 사교육 열풍이 취학전 유아들에게 더욱 거세게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교육과시민사회 윤지희 공동대표는 “초등 1학년 영어가 정규교육 과정이 되면 사교육 범람으로 유아들에게 과도한 학습부담이 지워지고 사교육비 부담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어교사 확보 등 현행 3학년 이상 영어교육 내실화를 위해 교육 여건을 제대로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도 높다. 원어민교사가 영어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지표는 아니지만, 현재 초등학교 5667곳 가운데 원어민 보조교사가 배치된 곳은 407곳에 그치고 있다. 홍인기 위원은 “한중일 고교생 영어능력 비교조사 결과 한국 학생이 듣기는 1위인 반면 읽기·쓰기가 뒤처져 있다”며 이는 영어교육의 해법이 중·고교 교육의 내실화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2008년 초등 1·2학년까지 확대 방침
9년전 초등교 도입때 논란 재연
“연령 낮추기보다 현행서 내실화를”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홍인기 정책위원은 “초등 영어교육 도입 당시, 1·2학년은 우리 말글 교육에 충실하고 3학년부터 가르치자는 것이 사회적 합의였다”며 이런 합의를 뒤엎을 어떤 근거도 없이 갑자기 조기 영어교육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해외유학 급증의 이유가 언어 습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김학윤 사무국장은 조기 해외유학이 느는 데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와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크다고 지적한다.(?5c표3 참조) 1학년 영어교육으로 사교육 열풍이 취학전 유아들에게 더욱 거세게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교육과시민사회 윤지희 공동대표는 “초등 1학년 영어가 정규교육 과정이 되면 사교육 범람으로 유아들에게 과도한 학습부담이 지워지고 사교육비 부담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어교사 확보 등 현행 3학년 이상 영어교육 내실화를 위해 교육 여건을 제대로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도 높다. 원어민교사가 영어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지표는 아니지만, 현재 초등학교 5667곳 가운데 원어민 보조교사가 배치된 곳은 407곳에 그치고 있다. 홍인기 위원은 “한중일 고교생 영어능력 비교조사 결과 한국 학생이 듣기는 1위인 반면 읽기·쓰기가 뒤처져 있다”며 이는 영어교육의 해법이 중·고교 교육의 내실화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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