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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 ‘김의 전쟁’ 승전보에 봄바람

등록 2006-02-05 19:28

3일 전국의 최대 김 산지인 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란항의 수협 위판장에서 중매인들이 가공공장에 보낼 물김을 고르고 있다.  해남/안관옥 기자
3일 전국의 최대 김 산지인 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란항의 수협 위판장에서 중매인들이 가공공장에 보낼 물김을 고르고 있다. 해남/안관옥 기자
김 대일수출길 넓어진 남해안 양식장

일본과의 김 분쟁이 지난달 20일 협상으로 타결됨에 따라 남해안 김 양식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 김의 일본 수출물량은 2015년까지 1200만속(지난해 240만속)으로 늘어나며, 종류도 애초 마른김과 조미김에서 구운김 자반김 재래김 등으로 확대된다. 수출액으로는 10년 동안 3710억원이 늘어난다.

한국에 독점적으로 할당해온 김 수입쿼터를 2004년 10월 중국에도 주겠다는 일본의 통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 제소와 함께 물밑 협상 등 양면작전을 펼친 결과다.

수출액 10년간 3700억 늘어
어민들 부푼 기대감
유통구조 개선등은 숙제로

“엄동설한을 녹이는 반가운 봄소식이랑게.”

입춘 한파가 몰아친 3일 오전 11시 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란항 선착장에 눈발까지 섞인 된바람이 거셌지만 물김 위판이 어김없이 열렸다.

‘휘~익’. 경매사의 날카로운 호각이 울리자 갯물이 뚝뚝 떨어지는 검붉은 원초들이 경매대 위에 차례차례 올랐다. 동틀 무렵 바다로 나가 채취작업을 하느라 잔뜩 움츠러들었던 어민들의 표정은 60㎏들이 물김 한자루의 낙찰값이 초반 6만원에서 중반 7만8천원까지 뛰어오르자 이내 밝아졌다. 30여분 동안 물김 880자루가 7만원대에 팔렸다.

며칠 전 알려진 대일 협상 성공 소식에 위판장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양식어민 김윤식(45)씨는 “일본 수출물량이 앞으로 10년 간 해마다 100만속(1속은 100장)씩 늘어난다는 얘기를 수협에서 들었다”며 “부부가 15년 동안 김발을 하느라 골병이 다들었는데 오랜만에 훈풍이 불어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다”라고 반겼다.


90년대 후반부터 해남~진도 해협이 완도를 제치고 전국 생산량의 32%를 차지하는 김 주산지가 되면서 어란항은 전국의 물김 값을 사실상 결정하는 곳으로 떠올랐다. 해마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해남군 송지면 어란·어불·동현리 등 마을 3곳의 242어가에서 생산한 120억원 어치의 물김이 이곳에서 팔려나간다.

어촌계장 최용기(43)씨는 “어란마을 주민 250가구 중 153가구가 김 양식을 생업으로 삼고 있어 가격과 수출 동향에 민감하다”며 “양식가구마다 250책(1책은 길이 40m 너비 2.2m)씩 김발을 설치하느라 5000만원 안팎의 빚을 안아 버겁지만 대일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 수출 물량 확대의 수익을 대규모 유통업체나 수출업체가 독점하지 않고 양식어민과 가공공장이 고루 나눌 수 있게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어란항에서 15㎞ 떨어진 해남군 화산면 사포리 터 1천여평에서 가공공장 3곳을 운영하는 가람수산 대표 정경민(45)씨는 “해남지역에서 등록한 공장 230곳 가운데 42.6%인 98곳만이 가동 중”이라며 “복잡다단한 유통구조로는 물량이 늘어나도 어민과 공장의 소득이 곧바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값싼 중국제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시급하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해남해양수산사무소의 김도기(51) 어업지도사는 “한속당 값이 한국은 8달러 중국은 6달러이나 품질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실정”이라며 “품질 향상을 위해 △시설면적 축소 △부착망 형태 전환 △육상채묘 전파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남/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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