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10월15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권력형 성폭행 OUT 집회에서' 학생들이 성폭력 의혹 교수의 자진 사퇴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성추행 의혹으로 정직 징계 뒤 수업 배제 조처를 받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방송영상과 교수의 복귀가 2학기로 다가오자 학생들이 수업 배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성범죄 가해 교수에게 내려지는 학교의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예종 방송영상과 학생들로 구성된 ‘방송영상과 학생연대체’는 성추행 의혹으로 2019년 7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뒤 2년간 수업 배제 조처를 받은 ㄱ교수의 수업 배제가 오는 10월29일 만료된다고 밝혔다. 기존 규정대로라면 ㄱ교수는 별다른 조치 없이 강단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학교는 규정을 신설해 수업 배제 연장 여부를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는 이달 중 대학인사위원회를 열고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학생연대체의 주도로 173명의 학생들은 학교본부에 수업 배제 연장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최근 제출했다. 이들은 수업 배제 연장이 ㄱ교수의 성폭력을 종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며 ㄱ교수가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은 연서명에서 “자신이 저지른 성폭력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해자를 비롯한 학생들에게 단 한 번의 사과조차 하지 않은 ㄱ교수를 다시 마주할 수 없다”며 “학교본부가 현 사건에 대한 합당한 징계를 내리지 않은 점, 그로 인해 ㄱ교수가 사실상 유급휴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 3월 학생들은 ㄱ교수의 성추행 의혹을 고발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며 사건을 공론화했다. 대자보에는 ㄱ교수가 학생들이 참여한 뒤풀이 장소에서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후 서로 다른 피해 사실을 담은 대자보 12건이 게재됐고 학생연대체는 2015∼2018년 3년간 피해자가 22명, 피해 사례가 44건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ㄱ교수가 수업에서 배제된 뒤에도 학생들이 여러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ㄱ교수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ㄱ교수가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 한 지원 사업의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예로 들었다. 당시 서울문화재단은 ㄱ교수의 결격사유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나서야 ㄱ교수를 배제해 재심의를 진행했다. 학생연대체 관계자는 “ㄱ교수가 여전히 예술계에서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피해자가 외부에서도 ㄱ교수를 마주칠 수 있었던 상황으로 이는 2차 가해”라고 말했다. ㄱ교수의 빈자리를 강사가 대체해 수업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공필수수업을 진행하는 전임교수였던 ㄱ교수의 강의를 계속해 강사가 대체하다 보니 수업의 질이 낮아졌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성범죄 가해 교수에게 내려지는 학교의 솜방망이 처벌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등을 보면 교원 징계는 파면과 해임을 제외하고는 정직 3개월이 가장 높은 징계다. 앞서 2018년 미투 운동이 촉발되며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다수의 교수들 역시 대부분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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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교수 다시 돌아왔다…피해자 울리는 ‘정직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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