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실소유주가 1천억원대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4부(부장 김지완)는 6일 이아무개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을 불구속한 이유로 그가 조사에 성실히 출석했으며, 취득금액 중 70% 상당을 양도소득세로 납부했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검찰은 2018년 10월 이 전 의장이 김아무개 비케이(BK)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자체발행 암호화폐인 비엑스에이(BXA)코인을 상장시켜줄 의사가 없는데도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1120억원가량을 편취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의장의 말을 믿은 김 회장은 이 코인을 선판매해 얻은 돈을 빗썸 지분 매입 자금으로 일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코인은 빗썸에 상장되지 않았고, 김 회장의 빗썸 인수도 무산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서울경찰청에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경찰은 빗썸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올해 초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와 별개로 비엑스에이 코인에 투자한 피해자들이 이 전 의장과 함께 김 회장을 코인 판매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이들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의 경우, 그가 코인을 판매하긴 했으나, 이 전 의장에게 속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챌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의장 고소 건은 그가 직접 코인을 판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혐의없음 처분했다.
다만, 검찰은 코인 투자자들의 투자금 전액이 김 회장을 거쳐 가상화폐거래소 운영회사 지분 매매대금 중 일부로 건너갔다는 점에서 220억원 가량은 투자자들의 실질적 피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을) 형사상 사기의 가해자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투자자들이 민사 등의 방법으로 피해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부득이하게 피해 금액을 공소사실에 명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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