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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국 ‘자녀 입시비리 의혹’ 재판 본격화…“보험성 특혜” vs “검찰의 상상”

등록 2021-07-12 11:48수정 2021-07-12 11:59

조국 재판 정주행 ⑩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이어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 2라운드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코로나19 확산, 경력 대등재판부 변경, 담당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 휴직 등으로 약 6개월 동안 공전을 거듭하다, 지난달 11일 공판절차를 갱신하며 재판에 서서히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공판 갱신절차란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쪽의 의견을 바뀐 법관들이 다시 듣고 그동안 진행된 재판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영) 심리로 지난달 25일 열린 조 전 장관 부부의 재판에서 첫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딸 조아무개씨와 한인섭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 모두 증언을 거부해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9일 열린 조 전 장관과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재판에서는 노 원장이 조 전 장관의 딸 조씨에게 장학금을 준 것을 둘러싼 증거조사가 이어졌다. 검찰은 노 원장이 조씨에게 여섯 학기 동안 준 장학금 가운데 2017년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뒤 조씨에게 건네진 세 학기 장학금을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노 원장은 2013년 모친 조의금으로 외부장학금 ‘소천장학금’을 만들었다.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조씨는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여섯 학기 연속 200만원씩 소천장학금을 받았다. 당시 노 원장은 인원 수만 정하는 방식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두명에게 100만원씩 장학금을 주다가 2016년부터 조씨 한명만을 특정해 장학금 200만원을 줬다. 외부장학금은 성적이나 가정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기부자가 임의로 수혜자를 정해 줄 수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한 2017년 11월에서 2018년 10월 사이 딸 조씨가 받은 세 학기 장학금 600만원을 뇌물로 봤다.

노 원장의 동료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노환중 교수가 연배도 있고 학생이나 레지던트 생활을 잘 알아서 지도해줬기 때문에 (조씨의) 지도교수를 하면 좋을 것 같아 노 교수에게 말했다”며 노 원장이 조씨의 지도교수를 맡게 된 경위를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노 원장이 조씨의 지도교수가 된 건 우연이 아니고 적극적 의사가 있었다”며 “유력 인사 인맥을 중시하고 도움을 받으려는 노 원장이 조씨의 지도교수를 하려고 한 건 조 전 장관과 친분을 형성하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원장이 면담하자고 했고 ‘다음 장학금도 제가 받을 건데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딸 조씨)

“애들 단속하나 보다. 절대 모른척해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이는 검찰이 조 전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이던 김경록씨가 숨겼다가 검찰에 임의 제출한 개인용 컴퓨터(PC)에서 발견한 조 전 장관 가족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일부 내용이다. 2017년 딸 조씨가 가족 대화방에 보낸 메시지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절대 모른척하라’고 답하자 조 전 장관은 별다른 대답 없이 자신이 새 정부 하마평에 오른 명단을 대화방에 공유했다. 검찰은 이어 딸 조씨가 장학금을 받기 직전인 2015년 12월 ‘(부산대 의전원이 있는 경남) 양산 생활도 익숙해지고 거기선 교수들도 챙겨주고 부산대엔 특혜(?)가 많으니 많이 아쉽진 않다’며 정 교수에게 보낸 메시지도 함께 공개했다. 조씨는 노 원장 등이 자신을 특별히 챙긴다는 사실을 알았고, 조 전 장관도 노 원장이 딸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교수인 조 전 장관이라면 유급을 당한 딸이 장학금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검찰 “딸 조민 장학금은 조 전 장관에 보낸 뇌물”

검찰은 노 원장의 다른 지도학생인 장아무개씨의 사례를 들어 “면학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노 원장 쪽 주장도 반박했다. 검찰은 “조씨와 마찬가지로 의전원 1학년 1학기를 유급하고 2학기에 휴학한 뒤 복학한 장씨에게 노 원장이 장학금은 고사하고 면담한 적이 없다”며 “유급한 조씨를 격려하려고 장학금을 줬다는 건 구실일 뿐이며 특혜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지도교수 도리를 조씨에게만 느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을 축하합니다. 저는 양산부산대병원을 위해 2년간 더 봉사하게 됐습니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감사합니다. 더욱 건강하세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지명된 때인 2017년 5월 노 원장과 조 전 장관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노 원장은 “민정수석 임명을 축하한다. 저는 양산부산대병원을 위해 2년간 더 봉사하게 됐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분원장 연임 기사를 캡쳐해 보냈다. 조 전 수석은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했다. 검찰은 부산대 분원장이었던 노 원장이 부산대 본원장을 되길 희망했고, 부산대 본원장에 대한 인사 검증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종 보험성 특혜를 제공했던 상대방(조 전 장관)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자리로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5개월 뒤 노 원장은 조 전 장관에게서 선물을 받기도 했다. 조씨가 2017년 10월 2학기 장학금을 받자 조 전 장관은 딸에게 “아빠가 보낸 추석 선물 받으셨는지 노 원장에게 여쭤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선물은 청와대 표식이 적힌 전통주 세트였다. 검찰은 이를 두고 “조 전 장관도 계속된 특혜에 대해 빚진 마음을 전달한 것”이라며 당시 두 사람 사이 ‘장학금의 뇌물성’에 대한 인식이 뚜렷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공직기강 전반과 고위공직자 권력형 비리 상시 사정 업무를 하는 민정수석이 금품을 수수한 셈”이라며 “일반적 측면을 보더라도 뇌물죄로 인정되기 충분하다. 무늬만 장학금이고 개인이 금품을 제공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 원장의 일방적인 의사만으로 장학금이 지급됐고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조 전 장관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됐다”며 “조 전 장관이 등록금을 낼 때 조 씨의 장학금만큼을 빼고 보내 사실상 (장학금은) 조 전 장관에게 보낸 뇌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 쪽 “검사 추측·상상 불과”

조 전 장관 쪽은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의 경우 장학금 지급 규정이라든가, 어떻게 지급됐는지 당연히 알지 못하고, 장학금 지급 규정 위반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장학금 성격과 기준은 검찰이 전제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이 조씨가 성적우수자나 가계 곤란자가 아닌데도 장학금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외부장학금은 기부자가 수혜자에게 직접 주는 방식의 장학금으로 성적은 장학금 지급 기준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이어 “조 전 장관은 노 원장에게 어떤 속내가 있고 의도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노 원장이) 딸 조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건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취임과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딸 조씨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지만, 마치 조 전 장관과 노 원장의 금전적인 커넥션이나 직무상 대가관계를 전제로 한 거래로 보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노 원장이 2016년 1학기에 조씨에게 처음 장학금을 준 때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어서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될 것을 예측해 딸 조씨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노 원장이 조씨의 지도교수가 된 경위에 대해서도 “다른 교수가 노 원장을 추천해 조씨의 지도교수로 배정됐다”며 “검찰은 보이지 않는 수상한 커넥션이 있다고 상상으로 채우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어 “노 원장은 부산대 병원장 후보로 올라온 적이 없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사 검증을 할 일도 없었다”며 “검사의 추측과 상상을 통해 노 원장이 부산대 병원장이 되기 위해 조씨를 사전 관리했다고 보는 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노환중 쪽 “노스트라다무스냐…검찰 논리 앞뒤 안 맞아”

노 원장 쪽도 강하게 반발했다. 노 원장 쪽 변호인은 “검찰의 논리는 노 원장이 2015년 딸 조씨를 지도학생으로 데리고 갈 때부터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되는 걸 인지했다는 것인데 (노 원장이) 무슨 노스트라다무스인가”라며 “검찰의 논리는 앞뒤가 안 맞는 참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이던 2016년부터 딸 조씨에게 장학금을 줬는데 1년 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될지 어떻게 알았겠냐는 반문이다.

노 원장 쪽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이라도 예측해 차기 민정수석이 될 조 전 장관에게 뇌물을 준 것이라면 장학금으로 오해를 받고 고초를 당하며 법정에 서는 것도 미리 내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노 원장 쪽은 “조씨는 조 전 장관의 딸이어서가 아니라 군대에서 관심사병 같은 관심학생이었다”며 “공직자 자녀라는 이유로 장학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공익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첫 학기에 유급을 당해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던 조씨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재유급돼 탈락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면학 장려책으로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장학금을 주며 관심을 가졌을 뿐이라는 취지다.

노 원장 쪽은 조 전 장관에게 부탁할만한 ‘현안’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노 원장이 관심을 갖던 병원 의료기기 인프라 지원 사업은 보건복지부 소관이어서 조 전 장관의 업무 범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2018년 12월 부산대병원장 최종 후보 2인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만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담당하던 부산대병원장 인사검증 대상자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100명이 넘게 모이는 공개 장학금 수여식 행사 때문에 ‘비밀 장학금 지급’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폈다. 노 원장 쪽은 검찰에서 4차례 신문을 받은 뒤 신문조서에 쓴 노 원장의 친필 글을 제시하며 “학업에 부적응하던 지도학생이 어려운 의학 공부를 졸업할 때까지 할 수 있게 독려하는 장학금으로 이제껏 평생 일군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하다”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저는 제 딸이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는 과정에서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 제게 ‘뇌물사범’의 낙인을 찍기 위해 (검찰은) 기소를 감행했다. 이런 검찰의 행태에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 전 장관도 이날 재판 출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조 전 장관 등의 다음 재판은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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