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폭염경보가 내린 무더운 날씨 속에 훈련을 강행하다 열사병으로 중태에 빠진 신입 경찰관이 훈련 과정에서 한번 열외됐지만 다시 훈련에 투입돼 뜀박질을 하다 쓰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을 주관했던 서울경찰청은 주말 사이에 신입 경찰관 12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최관호 서울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1차 사실조사에 따르면 (훈련)규칙 준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각 기능별로 혹서기 근무지침이 있는데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잊어버리고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의료진 배치, 복장 간소화, 얼음물 비치, 휴게시간 보장 등을 보완해서 교육훈련이 정상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교육훈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경찰은 사실조사가 끝나는 대로 감찰 조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열사병으로 쓰러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아무개(27)씨 가족은 당시 훈련이 정상적인 교육으로 보기 어렵고 가혹행위에 가까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가족과 교육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충주시 수안보면에 위치한 중앙경찰학교 연병장의 기온은 37도에 달했다고 한다. 오후 4시에 시작된 야외훈련에서 신입 경찰관들은 검은색 긴팔 기동복을 입고, 아스팔트 바닥 위를 구르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3시간 가까이 계속되는 훈련 중 경찰관들은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뙤약볕에서 마스크를 쓰고 훈련받으면서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직후 101경비단 쪽은 “휴식을 부여하면서 (훈련을) 진행했고, 열외희망자는 열외를 시켜서 진행했다. 탈진한 3명은 열외희망자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입 경찰관들은 “절대 열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구토증상을 보이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찰관들을 교관들이 일시적으로 열외를 시켰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한 뒤 다시 훈련에 투입했다고 한다. 3시간 훈련 중 20명이 넘는 교육생이 열외 했고, 열사병으로 중태에 빠진 김씨도 한차례 열외됐다가 다시 투입돼 구보를 하던 중 쓰러졌다. 김씨의 가족은 “한두명도 아니고 20명이 넘는 경찰관이 온열질환 증세를 보이는데 현장에 의료진도 없이 훈련을 계속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태에 빠졌던 김씨는 다행히 주말 사이 상태가 호전돼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병실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상 인정 절차를 밟고 김씨를 포함한 열사병 경찰관들의 회복과 복귀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씨의 가족은 “공무상 재해 신청과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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