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케이티 사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가 ‘회사에 비판적인 노동조합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 케이티(KT) 직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인권위는 케이티 대표이사에게 적절한 구제방안을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6일 케이티새노조가 공개한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케이티민주동지회와 케이티새노조 소속 직원 20명은 2019년 “회사에 비판적인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케이티가 2005년 민주동지회 회원, 명예퇴직거부자, 외주화 당시 전출거부자 등 1002명을 퇴출하기 위해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CP 문건)’을 만들었고, 민주동지회 활동을 한 직원들을 부진인력, 즉 씨피(CP·씨등급-플레이어)로 선정해 업무분장,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케이티가 자신들을 2014년 5월 업무지원단에 발령해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하고 근무공간을 분리했으며, 적절한 업무분장을 하지 않고 수차례 전보 신청을 해도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케이티 쪽은 “씨피로 선정됐던 1002명 중 103명이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돼 1002명 모두를 대상으로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해, 2020년 1월까지 806명에게 합의금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업무지원단에 발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케이티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진정인들을 업무지원단으로 발령했고, 직원 중 누가 민주동지회 회원인지 파악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진정인들이 전보 발령 전과 견줘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회사가 직원을 씨피로 선정한 세 가지 기준 중 하나가 민주동지회 회원이라는 점, 회사가 작성한 씨피 명단에 진정인 중 일부가 ‘민동’(민주동지회)으로 구분돼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진정인들이 씨피에 선정된 이유가 민주동지회 활동과 연관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업무지원단 발령과 관련해 “민주동지회 회원 중 공개된 활동가의 신상뿐 아니라 투개표 참관인에 대해서도 신상을 파악하려고 한 사실이 있다”며 케이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리한 대우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업무지원단 발령대상자로 선정된다는 것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된 것과 유사한 정도의 심리적 압박감과 격리감을 느낄 수 있는 불리한 인사상 조치”라며 “업무지원단 발령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 업무지원단에 근무하게 하는 것은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한 당시 케이티 직원 3만명 가운데 1%도 되지 않는 민주동지회와 새노조 조합원이 업무지원단 발령자 291명 중 32.3%(94명)인 점은 통계적으로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업무지원단 발령 때 기준이 되는 평가 역시 개인의 선호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런 조사 내용을 토대로 진정인들에 대한 업무지원단 발령 취소 등 적절한 구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케이티에 권고했다.
케이티새노조와 민주동지회는 성명서를 내어 “그동안 주장해 온 업무지원단에 대한 차별 대우와 열악한 노동환경이 인권위 결정문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며 업무지원단 직원들이 겪은 차별에 대한 회사의 사과와 업무지원단 해체를 요구했다. 또한 일부 업무지원단 직원에게 내려진 보복성 징계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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