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만에 다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8일 오전 한 시민이 한산한 점포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도 버틴 시장인데 코로나19 위기에는 점포들이 하나둘 문 닫고 있어요.”(상인 ㄱ씨)
수도권 수산물 유통의 관문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최근 종사자 20여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매장들이 무더기 휴업에 들어가고 손님들도 발길을 끊으면서다. 시장을 운영하는 수협중앙회에 임대료 감면 등 지원책을 호소하는 상인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느때 같으면 점심시간이라 손님들로 붐빌 일요일(8일) 낮, 노량진수산시장 1층 활어 매장에는 손님을 맞는 점포를 찾기 어려웠다. 상인들은 이따금 지나가는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수조 속 활어를 가리키며 호객에 안간힘을 썼지만 손님보다 상인들 수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힘이 날 수 없었다.
지난 3일 이후 생선 손질 작업자·상인 등 20명 이상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 6일 수도권 시민들에게 ‘노량진수산시장 방문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발송된 뒤 손님이 끊겼다고 한다. 손님 기다리기에 지친 상인들은 가게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일찌감치 폐장을 준비했다. 손님이 평소 10분의1 정도로 줄었다는 차아무개씨는 “시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진 6일에는 ‘예약한 생선을 먹어도 되느냐’는 손님들 전화가 자정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직원 모두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안심시켰지만 오늘(8일)에만 배달 예약 15건이 취소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확진자가 나왔던 숙성생선(선어) 코너에서는 상인들 수십명이 동작구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판정을 받으며 점포 2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상인 ㄴ씨는 “손님맞이에 한참 바빠야 할 일요일 점심이지만 오전부터 손님이 3명뿐이었다”며 “우리는 그나마 문이라도 열었지만 2주간 자가격리 들어간 사람들은 이번달 장사 절반을 공치게 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수산물 매장의 타격은 시장 2층의 횟집들로 이어졌다. 점심때였지만 손님을 2팀 이상 받은 곳이 드물었다. 소비자들이 구입한 횟감을 차려서 먹는 시장 내 식당보다 포장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횟집 23곳은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지난달 12일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열흘간 휴업하는 고육책을 택했지만 최근 집단감염에 망연자실해 한다. 30년 이상 장사해온 한 횟집 사장은 “평소 일요일 낮에는 가게 60석이 만석이었지만 오늘은 1팀이 전부”라며 “3명 이상이 모이지 못하는 집합금지조치로 저녁 장사가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황에서 주말 낮 장사라도 잘 돼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한계상태’에 달했다고 입을 모았다. 감염병 유행 기간 ‘날 음식’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며 생선 수요가 줄어든 데다, 반복되는 시장 내 집단감염으로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약 20명의 수산시장 종사자가 확진됐다. 한 활어매장 사장은 “자가격리 등으로 원치 않게 휴점하게 돼도 70만∼200만 원에 이르는 월세·관리비를 그대로 내야 해 걱정스러워하는 상인들이 많다”며 “정부가 사회적으로 장려한 ‘착한 임대료’ 운동처럼 수협중앙회도 (지금처럼 타격이 클 때)한시적으로 임대료 인하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협노량진수산 쪽은 “지난해 점포마다 월평균 20%의 임대료를 인하한 뒤 올해 추가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점포들 중에서도 매출 감소가 가장 큰 시장 내 횟집들에는 3개월 동안 30% 임대료를 깎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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