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더위에 남녀 있나요’…남성에게도 양산은 생존필수품입니다

등록 2021-08-10 04:59수정 2021-08-10 08:27

엠제트(MZ) 세대, 남성도 양산 들기 시작
지자체도 양산 쓰기 운동
지난 5월1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햇볕을 피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5월1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햇볕을 피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남성 직장인 장아무개(34)씨는 올해 여름부터 양산을 쓰고 다닌다. 지난 7월 아내의 양산을 우연히 함께 쓴 이후로 그늘을 막아주는 양산의 매력에 빠졌다. 인터넷에서 검은색 우양산을 샀다는 장씨는 “처음엔 눈치가 보였지만 사람들도 뭘 쓰는지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양산 구매후기를 보면 남성들도 많길래 잘 쓰고 있다”며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땡볕 아래를 걸을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중·장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산을 엠제트(MZ) 세대와 남성들도 들기 시작했다.

9일 네이버 빅데이터 포털 ‘데이터랩’을 보면 패션잡화 분야에서 양산은 7월 한 달간 각종 여름용 신발을 제치고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30대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특정 열쇳말의 검색 빈도를 0에서 100까지로 보여주는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20대 양산’과 ‘남성 양산’의 경우 7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9년에는 각각 41, 16, 2020년에는 50, 16이었으나 올해는 100, 35로 늘어났다.

여름마다 양산을 쓴지 8년째라는 김아무개(30)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또래 사이에선 양산을 쓰고 다니는 걸 별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같이 다니던 친구에게 씌워줄 때도 있었는데, 시원해서 좋지만 혼자서는 절대 양산을 못 쓰겠다는 반응이었다“며 “요즘에는 길에서 나 같은 젊은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이 양산을 쓰는 것도 심심찮게 보인다”고 말했다.

패션 커뮤니티에서도 ‘남자가 쓸 양산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한 남성 패션 커뮤니티에는 “창피하든지 말든지 올해는 햇빛이 유독 세서 양산을 써야겠다. 추천해달라”, “남자가 양산 어떻게 쓰나 했는데 길에서 보니 생각보다 꽤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달플랫폼 도보 배달기사가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도보 배달 시 양산을 쓰면 도움이 된다는 후기 글도 올라왔다.

직접 양산의 효능을 알리는 ‘양산족’도 있다. 10년째 양산을 쓰고 있다는 유튜버 민동성(33)씨는 “예전에는 남자가 무슨 양산이냐며 나약한 이미지로 보는 시선도 있었고, 디자인도 꽃무늬나 분홍색이 많다 보니 조롱하는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키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어 쓸 수밖에 없었다”며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도 내려가고 소나기나 일사병도 대비할 수 있어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을 쓰고 있는 민동성(33)씨. 민동성씨 제공
양산을 쓰고 있는 민동성(33)씨. 민동성씨 제공

양산에 대한 관심은 실제 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몰 지(G)마켓은 9일 기준 지난 한달 간 양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11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남성용 양산’이라는 제품명으로 양산을 온라인 판매하고 있는 사업자 한아무개씨도 “지난 7월 기준으로 전년도 동월 대비 판매량이 30% 늘어났다”며 “기존 양산과 달리 무늬나 레이스 등의 디자인이 없다 보니 남성들에게도 꽤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편집숍이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검은색 우양산의 경우 남성 구매자가 61%, 여성 구매자가 39%로 남성이 더 많기도 하다.

폭염 대책으로 ‘양산의 매력’에 주목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대구, 부산, 충남 등 각종 지자체에서는 양산이 체감온도를 10도 낮춰주는 동시에 탈모와 피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며 ‘양산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특히 대구시는 도심 160곳에 양산대여소를 설치해 시민들이 양산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고, 남성용 양산까지 구비했다.

한편,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립국어원은 지난 3일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양산’의 뜻풀이(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에서 ‘주로, 여자들이’라는 표현을 뺐다고 밝혔다.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남성용 양산. 네이버 쇼핑 갈무리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남성용 양산. 네이버 쇼핑 갈무리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