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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재판도 효력 없나 싶어 마음이 안 좋아”

등록 2021-08-15 15:35수정 2021-08-16 02:12

광복 76주년, ‘강제동원 사죄 배상 촉구 온라인 기자회견’ 열려
광복절인 15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광복 76주년 맞이, 강제동원 사죄 배상 촉구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온라인 참석자들과 함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인 15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광복 76주년 맞이, 강제동원 사죄 배상 촉구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온라인 참석자들과 함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햇수가 넘어가는 데 그대로 있으니 궁금하지. 재판한 것도 아무 효력이 없고 권위가 없는 건가 해서 마음이 안 좋지.”

광복 76주년을 맞은 15일, 일본제철 강제노역 피해자 이춘식(97)씨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앞서 이씨는 2018년 10월30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해당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제철은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패소한 미쓰비시중공업과 함께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외교부가 일본하고 협상이나 외교를 잘 못 하는 모양이다”라며 “일본기업은 대한민국에 이런 분(강제노역 피해자)이 계시다고 그러면 자기들이 사과해야지 그렇게 무관심하게 있느냐”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겨레하나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낮 12시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광복 76주년 맞이, 강제동원 사죄 배상 촉구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연대 발언에 나선 이들은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이야기에는 시간이 계속 흘러가는데도 일본 정부와 기업의 반성이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울분이 짙게 담겼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1944년 “중학교에 진학시켜주겠다”는 일본인 교장에게 속아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양금덕(92)씨는 “일본강점기 어린 학생들이 (일본에) 가서 고생했는데 말 한마디 없는 게 너무나도 섭섭하다”며 “일본 가서 ‘내가 너희 나라에 와서 이렇게 고생을 했는데 사죄 한 마디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누가 보내주는 사람도 없다. 내가 참고 혼자 눈물 흘리고 ‘내 죄다’, ‘내가 복이 없다’ 이렇게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역시 일본 교사에게 속아 일본 도야마 후지코시강재공업 군수공장으로 끌려간 김정주(90)씨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죽게 됐으니 너무나 한이 되고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힘을 써서 일본에 가서 일한 사람들이 보상을 받도록 도와주길 간절히 바라고 젊은 사람들도 우리가 나라를 뺏기고 일본 가서 고생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인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는 “(강제동원) 생존자가 살아계신 동안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돼 먼저 가신 분들에게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서 일본에 사죄받고 왔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실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사회 인사의 연대발언도 있었다. 야노 히데키 ‘일본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부터 3년이 지나고 있지만 승소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죄도 배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은 자신들의 기업윤리와 행동 규범에 기초해 정당히 판결을 이행하고 피해자 권리 복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만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며 한·일 간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 전지예 서울겨레하나 회원 등 활동가들은 각각 광주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사죄와 판결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식민 지배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튜브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시청한 시민들은 댓글 창에서 발언이 끝날 때마다 ‘박수’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응원의 말을 남기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씨 유튜브 갈무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씨 유튜브 갈무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 유튜브 갈무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 유튜브 갈무리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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