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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들 본 적 없다”는 인권법센터 직원에 조국 “무술 대화 기억 없나?”

등록 2021-08-16 18:56수정 2021-08-16 19:46

조국 재판 정주행 ⑫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영)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아무개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여부를 두고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옛 공익인권법센터 직원은 “센터에서 조씨를 본 적 없다”고 밝혔지만, 조 전 장관은 ‘아들이 사적인 대화를 나눈 것을 기억한다’고 반론을 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실제로 인터십 활동을 했는지 여부였다. 증인으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이었던 노아무개씨가 출석했다. 그는 공익인권법센터장이었던 한인섭 서울대 교수(법학)에게 조씨의 이름과 소속, 활동 예정 내용 등이 적힌 메모지를 건네받고 활동예정증명서를 직접 발급해준 인물이다. 노씨는 현재 다른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활동예정증명서엔 조씨가 2013년 7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 한 달 동안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인권 관련 자료 조사와 논문 작성 등을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2013년 7월께 동료 교수인 한인섭 교수에게 부탁해 아들이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을 할 예정인 것처럼 증명서를 허위 발급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조씨가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SAT·에스에이티) 준비와 학원 수강 등 국외 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 수업을 빠지면 진학 과정에서 불리할까 봐 출석 인정을 받기 위해 허위로 활동예정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인턴활동을 위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 나가면서 한인섭 교수를 만난 적도 없고 이름도 몰랐다.”

“누나가 이런 곳이 있다고 알려준 것 같다. 누나가 당시 인턴 좀 하라고 하며 (센터를) 알려줬다. 제가 (센터에) 전화해본 것 같다”

“제가 (고등학생도 인턴활동을 할 수 있냐고) 먼저 요청했고, 특별한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노씨 성을 가진 분이 승낙한 것 같다.”

“노씨 성을 가진 분과 면접을 봤다. 자료 등을 집에서 찾아 주말에 한 번씩 센터에 들고 오라고 했던 것 같다. 에세이 같은 것도 썼다.”

<조 전 장관 아들 조아무개씨의 검찰 진술조서>

“조 전 장관의 아들인 조씨에 대한 기억이 없나”(검찰)

“없다”(한인섭 교수)

<한인섭 교수의 검찰 진술조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씨의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검찰은 “한 교수로부터 전달받은 메모지대로 활동예정증명서에 2013년 7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 학교폭력 피해자 인권 관련 자료조사 및 논문 작성이라고 적었던데, 조씨가 이 기간에 인턴활동을 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노씨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이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을 할 예정이라는 활동예정확인서와 달리 실제로는 인턴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검찰은 노씨에게 “공익인권법센터에서 4년간 일하며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씨 말고 활동예정증명서를 발급한 적은 없었는가”라고 묻자, 노씨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노씨는 이어 “공익인권법센터에서 근무하는 동안 고등학생이 인턴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활동예정증명서라는 양식이 없어 경력증명서 제목을 바꿔 발급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 지시에 따라 고등학생이었던 조씨에게 예외적으로 활동 ‘예정’ 증명서를 발급해줬다는 것이다. 노씨는 ‘조씨가 조 전 장관의 아들인 것을 알았는가’라는 검찰 쪽 질문에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아들 조씨가 노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 면접을 봤고, 주말마다 공익인권법센터에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혼자 일했던 노씨는 자신을 제외하고 노씨 성을 가진 사람은 없었고, 자신은 면접을 보거나 조씨에게 에세이를 쓰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씨는 “한 교수가 제게 고등학생의 학교폭력 관련 논문을 지도하라고 했다면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노씨의 증언에 조 전 장관은 검찰 신문 뒤 직접 발언권을 얻어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조 전 장관은 “2013년 7월 주말에 아들이 저한테 말하기를, 한 교수를 찾아가 상담했더니 공익인권법센터에 가보라고 해서 공익인권법센터에 갔다가 (노씨와) 짧은 대화를 했다. 그때 (노씨가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며 “키가 크고 마른 학생이다. 그런 기억이 없냐”고 거듭 물었다. 아들이 아니었다면 조 전 장관이 카포에이라라는 말을 알 수 없었던 만큼,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거론하며 아들이 노씨와 만났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그러나 노씨는 “서울대 법대 출신 중에서 브라질까지 가서 운동을 배운 것이 특이한 일이다 보니, 다른 대학원생 등과는 그런 얘기를 주고받았을 수 있다”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고교생에게 말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도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조서를 보면 노씨가 브라질 무술을 배운 적이 있고, 브라질에 자주 나갔다고 쓰여 있다”며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았겠냐’는 조 전 장관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저는 브라질에 가본 적이 없고 ‘카포에이라’도 몰랐는데, (아들이 공익인권법센터를 찾은) 그 시점에 카포에이라에 대해 들은 게 기억난다. 왜냐면 저하고 노씨하고는 사적인 교분이 없고 밥을 먹은 적도 없다. 왜 기억하냐면 아들이 카포에이라라는 단어를 알려줬다. 그때 아들이 저한테 말하기를 한인섭 교수를 찾아가 상담했더니, 공익인권법센터에 가보라고 해서 센터에 갔다. 거기서 (증인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 (증인이) 카포에이라 얘기를 했다고 저한테 말했다. 그런 기억이 없나.”(조국)

“옛날에 카포에이라를 했던 것은 맞다. 서울대 법대 출신 중에서 브라질에 가서 그런 걸 배웠다고 하면 주변 대학원생들이나 저를 아는 사람들은 특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저를 아는 분들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수는 있는데, 고등학생에게 한 기억은 없다.”(노씨)

“한 교수든 노동법, 사회법 교수 누구로부터도 카포에이라를 들은 적이 없고 아들에게 들었다. 아이가 키가 크고 마른 학생이다.”(조국)

“이의 있다. (검찰 조서에) 카포에이라라는 말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이 말하는 전제가 다르다. 마치 노씨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이 자신이 이걸 어떻게 아느냐는 식으로 말한다. 전제를 깔지 말고 사실을 물어봐라.”(검찰)

“알겠다. 조서를 꼼꼼히 보지 못했다. 카포에이라라는 단어를 노씨와 관련해 명확히 기억했고 사적인 대화가 없어 노씨로부터 들은 적이 없다. 아들에게 들은 것으로 명백히 기억했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 말 좀 해달라.”(조국)

“브라질 카포에이라가 그 무렵 인기가 있었고 중·고등학생 정도 되면 브레이크 댄스를 좋아할 수 있고 그 댄스 원류가 카포에이라여서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카포에이라 비보이를 들었을 거다. 고등학생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노씨)

이날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 쪽 주장이 달라진 것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날 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조 전 장관 쪽은 임아무개 미국 세인트메리즈대학 교수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제시했다. “조 전 장관 아들 조씨가 내게 받은 학교폭력 예방 관련 영문자료를 한인섭 교수에게 낸다고 했다. (또한 조씨가 말하기를) 한 교수가 ‘연구실 문이 닫혀 있으면 자료를 공익인권법센터에 제출하라고 했다”는 대목이 담긴 탄원서였다. 조 전 장관 쪽은 이를 토대로 노씨에게 “당시 이런 과제를 제출받은 적 없는가”라고 물었고, 노씨는 “기본적으로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받은 자료를 모두 보관한다”며 “제가 직접 받은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조씨의 진술이 바뀐 것을 지적했다. 검찰은 “조씨는 한인섭 교수를 전혀 모른다고 했는데, 변호인은 조씨가 한 교수를 잘 아는 것처럼 전제했다. 전제가 바뀐 것인가”라고 물었다. 앞서 조씨는 검찰에서 ‘한 교수를 전혀 모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런데 조 전 장관 쪽이 임 교수의 탄원서를 근거로 조씨가 한 교수와의 대화 내용을 거론하자,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것이냐고 지적한 것이다.

이날 오후 재판에선 조 전 장관이 2017년 10월께 활동예정증명서를 이용해 허위 인턴십 활동증명서를 만들어 아들의 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며 활동증명서를 발급해준 노씨의 후임 사무국장이었던 김아무개씨가 증언을 거부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증인신문은 끝이 났다. “공소 제기가 가능한 피의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고, 법정 진술이 공판조서에 기록돼 공소가 제기될 경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게 김씨의 증언거부 이유였다. 조 전 장관 쪽은 “정경심 교수가 항소심 선고 뒤 정신적·육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가 절차를 진행하기엔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밝혀 이날 재판은 마무리됐다. 다음 재판은 27일 열린다.

한편, 이날 조 전 장관은 재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 교수의 2심 판결에 충격이 크다. 많이 고통스럽다”며 정 교수 항소심 선고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는 지난 11일 항소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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