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 비리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지난해 9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법원 직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장 사본 등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2일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 무죄 판결에 이어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 가운데 8번째 무죄 판결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는 1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이 전 법원장과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한) 나상훈 판사(당시 기획법관)의 공모 여부에 관한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지만,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무죄 판단한 1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서울서부지법 집행관사무소 직원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나 판사 등과 공모해 검찰 수사 상황 등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이 전 법원장이 나 판사 등과 공모해 수사기밀과 영장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임 전 차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 사법행정 사무를 보좌하는 나 판사(기획법관)의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비밀을 이를 취득할 지위나 자격이 있는 임 전 차장에게 전달한 행위는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법원장이 나 판사의 일부 보고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를 용인하는 정도를 넘어 나 판사에게 지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전 법원장이 서울서부지법 사무국장 등에게 영장청구서 사본과 사건 관련자의 검찰 진술 내용 등을 입수·확인해 보고하게 한 행위도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봤다.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은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 가운데 8번째 무죄 판결이다. 지금까지 선고된 판결 가운데 유죄 선고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1심뿐이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