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틴툰이 방송 제작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이란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제공
미얀마 출신으로 한국에서 이주민 인권과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힘써온 아웅틴툰이 고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5살.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등은 지난 21일 아웅틴툰이 원인을 알지 못하는 급작스러운 병으로 이별을 고했다고 24일 밝혔다. 20년 넘게 한국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추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고인과 함께했던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 친구들·아시아인권문화연대·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MWTV(이주민방송)은 국내에 분향소도 마련했다. 23∼24일에는 부천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사무실에서, 25∼26일 서울 서대문구 (사)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사무실에서 고인을 애도할 수 있다.
지인들은 고인의 사인을 코로나19로 추정하고 있다. 고인은 사망 이틀 전 한국의 지인들과 연락하며 “갑자기 입맛이 없어졌다. 몸살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미얀마 전역은 식량과 약품은 물론 산소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고인도 사망하기 불과 며칠 전까지 국내 단체와 산소발생기 미얀마 지원사업을 위해 애써왔다. 그는 2019년 미얀마로 돌아갔다가 비자 연장을 위해 한국을 다시 방문하려 했다. 그러나 미얀마에서 재발급 받은 여권에 문제가 생겨 다시 발급받느라 여러달을 보냈고, 그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비행길이 막히며 애초 계획보다 미얀마에 빨리 정착할 수 밖에 없었다.
1976년 미얀마 마궤주에서 태어난 아웅틴툰은 군사정부의 대학교 폐쇄로 대학에 진학할 수 없게 되자 1994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왔다. 인천의 주물공장에서 일하다 입은 부상으로 산재 신청 방법을 찾다 이주민 인권운동가들과 연을 맺게 되고, 활동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영상에 대한 관심을 살려 이주민방송 대표와 이주민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아웅틴툰이 교육축제 ‘헬로어스’에서 학생들과 북을 치고 있는 모습. 이란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제공
미얀마의 정치상황을 알리는 활동도 지속해서 해왔다. 2004년 미얀마 동료들과 버마행동을 결성하며 미얀마 정부를 비판해왔고, 난민 신청 7년만에 난민 인정을 받았다. 2019년 고향으로 귀환한 후에는 농사법을 개발하고, 한국에서의 경험으로 정부 관료를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이어갔다. 자신이 배운 것을 나누고 싶었던 고인은 미얀마에서 교육방송을 만드는 꿈을 꿨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고인은 마궤주로 온 피난민 보호에도 애를 썼다고 한다. 피난민 캠프를 만들어 음식을 제공했고, 대나무를 엮어 바리케이드를 쳐 마을을 보호했다.
1990년대 말 미얀마 이주민 공동체가 태동했던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에서 고인을 만나 함께해온 이란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는 “아웅틴툰처럼 이주민과 한국 사회를 연결하고 소통을 돕고자 노력해온 사람은 손에 꼽는다. 한국사회가 다시 키워내기 어려운 훌륭한 이주민 활동가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웅틴툰은 스스로 길을 개척해왔지만, 한국은 앞으로 늘어날 이주민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사회에 기여하는 토대를 만드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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