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혐의로 약식기소된 뒤 정식 재판에 넘겨진 엘지(LG)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26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엘지전자 전무 박아무개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는 현재 다른 계열사에서 일하고 있다. 함께 기소된 나머지 엘지 전·현직 임직원 7명에게는 벌금 700만원∼1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들의 행위는 사기업의 채용 재량 범위를 넘어 면접위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평가돼 유죄로 판단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본사에서 인사업무를 총괄하던 박씨에 대해선 “채용 절차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허물어 사회적으로 큰 허탈감을 일으켰다”면서도 “기업의 구조적인 범행이고 초범인 점, 인사업무 책임자로서 반성하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인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를 비롯해 인사업무를 담당하던 이들은 2014∼2015년 엘지전자 한국영업본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일부 지원자를 최종 합격시켜 면접위원들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채용 청탁 관리 방안을 만들어 학점이 기준에 못 미치거나, 면접 등에서 하위권 점수를 받은 지원자를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시 엘지전자의 한 그룹장의 아들인 ㄱ씨가 2014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석사 학점 2.33점(4.5점 만점)으로 서류전형 자격(평점 3. 이상)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아버지인 그룹장 등의 청탁으로 최종 합격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2015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도 ㄴ씨가 2차 면접 전형에서 105명 가운데 102등이었는데도 ‘ㄷ기업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추천한 사람이니 살펴봐 달라’는 취지의 청탁으로 최종 합격했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도 “2014년 상반기 지원자 ㄱ씨는 학점 권고 기준 등에 미달하고, 2015년 하반기 지원자 ㄴ씨도 면접 등에서 현저한 하위 점수를 받았다”며 “추후 인사 담당자들이 보완 평가를 할 수 있더라도 (이들의) 합격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애초 검찰은 박씨 등에게 벌금 500∼1500만원을 내려달라며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정식 재판에 넘겼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피고인의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해 재판 없이 벌금형 등을 선고해달라며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절차다.
엘지전자는 이날 1심 판결 뒤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회의 인식 변화, 높아진 잣대에 맞춰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 전반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