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이 온라인 혐오표현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20~25일 전국 만 15살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8%포인트)로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3%는 온라인 혐오표현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해 오프라인 실생활의 혐오표현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는 응답(67.2%)보다 12.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최근 1년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동안 오프라인 실생활이나 온라인 두 곳 중 한 곳에서라도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0.3%였다. 2019년 인권위의 ‘혐오차별 국민인식 조사’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64.2%)보다 6.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2.0%로 오프라인 실생활에서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53.2%)보다 높게 나타났다.
온라인에서 접한 혐오표현의 대상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여성이라는 응답이 80.4%로 가장 많았고, 특정 지역 출신(76.9%), 페미니스트(76.8%), 노인(72.5%) 등이 뒤를 이었다. 오프라인 실생활에서 경험한 혐오표현의 대상은 노인이라는 응답이 69.2%로 가장 높았다. 특정 지역 출신(68.9%), 여성(67.4%)이 뒤를 이었고, 페미니스트, 장애인, 성소수자 등도 60%를 웃돌았다.
온라인 혐오표현을 접한 장소는 뉴스 기사·댓글이라는 응답이 71.0%로 가장 높았고, 유튜브 등 개인운영방송(53.5%), 온라인게시판(47.3%), 사회관계망서비스(SNS·35.9%), 온라인 게임 채팅(27.8%) 등의 순이었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접한 뒤 대처로는 ‘대응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40.2%로 가장 높았고, 이어 ‘혐오표현을 하는 곳을 피하게 됐다’(33.6%) 등 대다수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혐오표현에 반대하는 표현을 했다’는 응답은 17.5%, ‘사이트 관리자, 경찰 등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4.8%에 그쳤다. 온라인 혐오표현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를 해도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43.5%), ‘대처 방법을 잘 몰라서’(20.0%) 등이었다.
혐오표현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차별이 혐오표현으로 드러난 것이다’라는 항목에 응답자 86.1%가 동의했다. 응답자들 대다수는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이 혐오표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85.5%), ‘사람들이 일자리 등 경제적 어려움을 자신보다 약자에게 드러내는 것이다’(82.4%), ‘언론의 보도 태도가 혐오를 부추긴다’(79.2%) 등의 항목에도 동의했다. ‘정치인 등 유명인들도 혐오표현을 쓰다 보니 문제라고 느끼지 않게 됐다’(76.3%)는 응답은 2019년 조사(49.4%)에 비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 혐오와 차별이 증가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9.5%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향후 혐오와 차별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다’(90.2%),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87.7%),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가 더욱 위축될 것이다’(79.5%), ‘차별 현상이 굳어질 것이다’(79.2%)라고 내다봤다.
우리 사회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치인·언론이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 자제’에 응답자 90.3%가 동의했다. 응답자들 대다수는 ‘학교 내 혐오차별 예방 교육 확대’(89.9%), ‘혐오차별 인식개선 교육·캠페인 강화’(89.4%), ‘악의적 혐오표현 사법조치’(86.1%),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 수립’(86.0%), ‘관련 법률 제정’(85.7%) 등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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