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이 고발 사주 의혹 핵심 물증인 고발장을 검사가 아닌 시민단체 등 제 3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표현이 정치적이고 법적 표현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고발장 내용을 살펴본 서초동 법조인들 중에는 고발장 구성과 표현 등에서 ‘검사의 흔적’이 보인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한겨레>가 6일 공개한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둘러싼 핵심 물증인 고발장은 ①고발인 ②피고발인 ③범죄사실 ④고발이유 ⑤결론 ⑥증거자료 ⑦별지 등 20장으로 구성돼 있다. 법조경력 30년 가까이 되는 한 중견 변호사는 “통상 변호사들이 고발장에 흔히 쓰는 ‘고발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의 내용이 이번 고발장에는 없다. ‘범죄사실’이라는 핵심부터 치고 들어가며 간략하게 쓰인 것 같다. 검찰이 통상 공소장을 쓰는 방식으로 고발장을 그대로 공소장에 옮길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도 “명확히 나누긴 어렵겠지만 검사는 공소장 작성에 익숙하기 때문에 혐의·처벌 가능한 지점, 법리 적용 가능한 부분을 우선해서 쓰는 경향이 있을 것이고 변호인들은 변론 차원에서 법리 설명을 길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황하지 않게 핵심부터 써내려가는 것이 검찰이 통상 공소장을 쓰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도 “일반적으로 피고발인 정보를 첫 번째 페이지에 나열해서 쓰는데, 이번 고발장은 피고발인들을 하나하나 번거롭게 표에 넣어 정리했다. 행정기관 양식에 익숙한 이가 쓴 고발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발장에 쓰인 ‘법무부장관’이라는 표기를 두고도 법조인이 고발장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발장에는 보통 띄어쓰기 마련인 ‘법무부 장관’ 대신 두 낱말을 붙여 ‘법무부장관’으로 표기했다. 검찰청법 등 법조문에는 ‘법무부장관’이라고 표기돼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일부 사건 공소장에도 검찰은 ‘법무부장관’으로 표기했다. 한 검찰 간부는 “공소장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법조인들이라면 법에 쓰인 표현에 익숙할 테니 그렇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발장을 검사가 썼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일반인과 법조인의 고발장 작성이야 구분할 수 있겠지만 같은 법조인인 검사와 변호사가 쓴 고발장을 쉽게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고발장에 ‘총선에 앞서 신속한 수사 진행’이라는 민감한 정치적 표현이 나오는데, 정무 감각이 뛰어난 검찰 고위층이 썼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미숙한 표현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쪽도 “오히려 표현이 정치적이고 법적 표현이 적어 시민단체나 다른 제3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당시 텔레그램을 통해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 등의 고발장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6일 관련 의혹을 전면부인했다. 손 검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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