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 접수가 시작한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에서 한 주민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서 접수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날인 1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주민센터 앞 공터는 주민센터가 문을 연 이른 아침부터 오전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인 주민들이 신청 대상이다. 주민센터를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50∼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한 온라인 신청에 익숙지 않아 주민센터를 직접 찾은 이들은 바깥에서 20∼30분을 기다려야 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영등포구는 쪽방촌이 있어 취약계층들이 주민센터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짜증도 커진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몸이 불편하니까 빨리해 달라며 심하게 화를 내시는 분이 있어 아침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기다림 끝에 신청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맞는 명절은 근심이 앞선다. 영등포동에서 남편과 둘이 사는 ㄱ(65)씨는 “이번에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쌀도 사고, 추석 앞뒀으니까 제사용품도 사려고 한다. 추석이라고 해도 다른 친척들이 백신을 다 맞지 못해서 못 모일 것 같고 남편과 둘이서만 차례를 지낼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 주민센터에서 만난 ㄴ(75)씨는 “남편은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나도)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하다가 코로나가 심해져 지난해 일을 관뒀다. 나이가 많아 일자리가 없어 가끔 자식이 주는 용돈을 쓰는 정도였다. 우리집이 종가집인데 그래도 명절 앞두고 지원을 받았으니 잘 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때문에 팍팍한 일상에 재난지원금은 이들에게 잠시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모양새다. 영등포 주민센터에서 만난 ㄷ(81)씨는 “주머니가 비어서 손자, 손녀들한테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이번 명절에 애들이 올 테니 먹을 것부터 사줘야겠다.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해서 갑갑하게 티브이만 봤는데 이렇게 나오니 기분도 좋다”고 웃었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주민센터에서 5차 재난지원금 대상자들이 지원금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재난지원금 관련 정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출생연도 요일제 대상에 맞지 않거나 신청 조건을 잘못 알고 있어 돌아가는 경우다.
1940년생으로 이날 신청 대상이 아닌 관악구 주민 ㄹ씨는 주민센터의 배려로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었다. 10년째 협착증을 앓고 있어 두 다리가 불편한 ㄹ씨는 지팡이가 없으면 움직이기 어렵다. ㄹ씨는 “요일제를 하는 줄 모르고 왔는데, 신청도 못하고 걸어서 집에 가려니 막막했다”며 “주민센터가 사정을 딱하게 봐줘서 도와줬다. 딸, 손녀랑 함께 사는데 이번엔 명절 앞두고 시장 가서 음식 사는 데라도 보탤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만 재난지원금을 알아보려고 주민센터를 세 번을 왔다 갔다 했다”거나 “부인과 내가 다 받을 수 있는 줄 몰랐다”며 다시 주민센터로 돌아와 배우자 몫의 신청서를 챙겨 간 주민들도 있었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 접수를 시작한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 주민센터 앞에 대면으로 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장예지 이우연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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