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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벼랑끝…개인회생 포기하고 파산 돌아섰나

등록 2021-09-27 15:32수정 2021-09-28 02:38

지난해 개인·법인 파산 신청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
개인회생은 줄어…“지속적 수익 얻을 수 있는 사람 감소”
서울회생법원. 법원 누리집 갈무리
서울회생법원. 법원 누리집 갈무리

경북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60대 ㄱ씨는 2018년 개인회생을 신청해 매달 채무를 갚아나가던 중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하루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한 날이 있을 정도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던 ㄱ씨는 그로 인해 고혈압 증세가 심해졌고, 배우자도 허리를 다치면서 결국 지난해 말 중국집 문을 닫고 파산을 신청했다. ㄱ씨는 최근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채무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변제를 완료하지 못한 점’ 등을 인정받아 남은 채무를 탕감받는 특별면책을 받았다.

지난해 개인·법인 파산 신청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막다른 길에 내몰린 이들이 파산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장래 꾸준한 소득이 있어야 채무면제가 가능한 개인회생은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개인에게 큰 타격을 입힌 것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1 사법연감>을 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5만379건으로 전년(4만5642건)보다 10.4%(4737건) 증가했다. 개인파산은 2015년 5만288건이 접수된 뒤 이후 3년간 4만3천~4만5천여건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다시 5만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법인 파산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069건이 접수됐다. 전년(931건)에 견줘 14.8%(138건) 늘어난 수치다. 서울회생법원(445건) 접수 건수가 가장 많았고 수원지법(206건)이 뒤를 이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27일 “경기도 남부를 관할하는 법원인데, 인구 수와 중소기업이 많은 특성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산 증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개인파산은 2017년 이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0년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가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 중 48%는 실직, 45%는 사업 실패를 원인으로 꼽았다고 한다. 무료 법률상담을 진행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파산 상담을 해온 자영업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쪽은 “자영업자 파산 상담 사례는 통상 한달에 20여건 정도인데, 지난해 7월에는 80여건까지 늘었다”고 했다.

파산이 늘어남과 동시에 일정 소득이 있는 이들이 신청하는 개인회생은 감소했다. 개인회생이란 앞으로 계속해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 대해 일정 금액을 변제할 경우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개인회생 신청은 2018년부터 2년간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8만6553건으로 전년(9만2587건) 대비 6.5% 감소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개인회생은 안정적 수익이 있는 사람이 신청하고, 파산은 경제적 취약계층이 주로 신청한다. 회생사건이 줄고 파산사건이 늘었다는 것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줄었다는 의미로 코로나19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파산선고를 받은 이들 중 남은 채무를 면제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면책 사건은 지난해 4만9467건으로 전년(4만2853건) 대비 10.3% 늘어나는 등 2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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