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하게 범죄가 되지 않거나 민사 사건인 경우 경찰이 서면 동의를 받아 고소·고발장을 반려하기로 했다. 그동안 사건을 반려할 때 구두 동의만 얻었던 터라 명확한 서면 동의 절차를 두기로 한 것이다. 다만 민원인이 반려에 동의했더라도 다시 접수하길 원한다면 고소·고발장을 즉시 수리하기로 했다.
30일 경찰청은 10월1일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고소·고발 접수 등 처리절차 개선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제출된 고소·고발장은 모두 ‘임시사건’으로 분류해 접수 절차를 진행한다. 접수된 사건을 검토한 결과 명백하게 범죄가 되지 않거나 형사가 아닌 민사 사건인 경우 민원인에게 설명을 거쳐 서면 동의서를 작성한다. 민원인에게는 동의서 사본과 이의제기 절차가 기재된 안내서를 나눠주게 된다. 사건 반려에 동의한 민원인이 나중에 의사를 번복해 접수를 다시 요청하는 경우에는 고소·고발장을 즉시 수리한다.
이번 제도 개선의 배경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대부분의 사건 접수가 경찰에 몰린 데 있다. 경찰 업무가 폭증한 가운데,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고소·고발장이 반려된다는 민원이 의견이 늘자 ‘서면 동의’라는 명확한 절차를 두기로 한 것이다.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 5월 법원이 경찰의 무리한 고소장 반려를 직무의무 위반으로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경찰은 2006년부터 고소·고발 반려제도를 시행했지만, 반려 당시 민원인이 자발적으로 동의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사후적으로도 동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철문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은 “국민들 입장에서 반려제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경찰도 이를 함께 준수할 필요가 있어 이번 개선방안을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