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세계 노동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4월25일 오후 서울 청계천 버들다리(전태일다리) 인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19년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온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ㄱ(39), ㄴ(38)씨는 전남 여수에서 2년 넘게 어업에 종사했지만 수시로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정해진 월급보다 적은 돈을 받았다. 2020∼2021년 받지 못한 체불임금은 각각 850만원, 1233만원이었다. 참다못한 이들은 법률인 동행 없이 지역 사회의 한 외국인 목사의 통역에 의존해 관할 지역노동청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사업장을 변경하는 대신 체불임금을 받지 않고 진정을 취하한다’는 취지의 진정취하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수가 줄었지만 임금체불 피해를 신고한 이주노동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지역노동청에 진정을 해도 제대로 임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하고, 고용노동부가 법 위반 사업장을 적발해 사법처리 하는 비율도 1%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임금체불을 신고한 국내 외국인노동자 수(미등록체류자 포함)는 2017년 2만3885명에서 2020년 3만1998명으로 3년 만에 약 33.9% 증가했다. 체불금액은 2017년 783억원에서 2020년 1287억원으로 늘어났고, 정부가 사업주 대신 지불한 체불액(체당금지급액· 정부가 임금을 지급하고 이후 사업주로부터 해당 금액을 회수)도 같은 기간 285억원에서 591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입국이 줄어 외국인노동자 수가 줄었음에도 체불 피해 건수와 체불금액이 증가한 것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E-9)를 통해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2017년 22만1578명, 2018년 22만2374명, 2019년 22만3058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2020년 18만1073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사업주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부터 미루는 일이 많아지며 벌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단체에 들어오는 상담의 절반 이상이 임금체불과 관련된 것”이라며 “영업손실 등의 타격을 받는 사업주들이 손쉽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임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ㄱ, ㄴ씨의 사례처럼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임금 체불 구제를 받는데 내국인 노동자보다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또 고용노동부가 매년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을 점검해 임금체불 등 법 위반을 적발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임금 체불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2020년 고용노동부의 관련 조처(시정 조치, 과태료 부과, 행정처분, 송치) 가운데 사법처리(고용노동부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0.06%(4건), 2017년 0.1%(8건), 2018년 0.1%(6건), 2019년 0.01%(1건), 2020년 1%(17건)로 집계됐다.
임종성 의원은 “코로나 이후 외국인노동자의 취약성을 이용한 임금체불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근로감독이 외국인 고용사업장의 법 위반을 부추기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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