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5일 최영애 당시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 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이 ‘박 전 시장이 성희롱을 했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 첫 공판이 열렸다. 국가인권위 쪽은 “지자체에서 왜 이런 사건이 반복되고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지에 대한 권고였다. 유족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 심리로 열린 행정소송 첫 기일에서 박 전 시장 부인 강난희씨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인권위가 이미 망인이 되어 유리한 진술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박 전 시장을 아주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낙인 찍고 구제할 방법도 없게 만들었다”며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직권조사한 인권위는
지난 1월 ‘박 전 시장이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에게 한 행위는 성희롱이 맞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를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 이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당시 인권위는 피해자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51명의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해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이에 강씨는 인권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7월 소송을 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판단한 근거자료를 (재판에서) 전부 공개해, 제대로 판단한 것인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인권위를 상대로 문서제출명령(재판부가 문서소지자에게 제출을 명령하는 것)을 내려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쪽은 “박 전 시장 배우자인 강씨가 결정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위의 직권조사는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왜 서울시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는지 조사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고, 처분 상대방은 박 전 시장이 아니라 당시 서울시장 권한대행, 경찰청장, 여성가족부 장관이기 때문에 제3자인 강씨가 결정취소를 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인권위 쪽은 “강씨는 피조사자(박 전 시장)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법익 침해가 없다. 강씨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문서제출명령에 대해서도 “인권위가 어떤 절차로 조사했고, 어떤 증거를 인용했는지 결정문에 이례적으로 상세히 기재했다. 그 부분을 보고 싶은 거라면 결정문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은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의 동료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일부 인정된 바 있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준강간치상)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 직원 정아무개씨 재판에서 지난 1월 1심은 “피해자가 박원순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 받은 건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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