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공개 판결 불복” 상고…사개추위 개선안과 어긋나
검찰이 “기소취지를 알 수 있도록 고소인에게 공소장을 공개하라”는 판결(<한겨레> 1월18일치 10면 참조)에 불복해 6일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와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형사사건 피해고소인에 대한 재판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개선안을 발표한 취지에 어긋난다.
재중동포 김아무개씨는 2004년 12월 서울서부지검에 “딸(당시 12살)을 성폭행했다”며 동거남 편아무개(73)씨를 강간죄로 고소했다. 검찰은 이듬해 2월 편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같은 날 김씨에게 “위 사건을 구속 구공판(기소)했다”고 짧게 통보했다. 김씨는 ‘구체적인 기소취지’가 궁금해 서부지검에 “공소장을 등사해달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검찰은 이를 거부했다. 김씨는 서울서부지검을 상대로 사건기록 등사 불허 가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서부지검은 공판카드에 공소장 부본을 편철해 갖고있다”며 “부본도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자료’에 해당되므로 ‘원본이 없어 공개가 안 된다’는 검찰 주장은 이유없다”고 원심을 깨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공소장이 공개되면 고소인이 검찰이 불기소한 부분에 대해 항고할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서울서부지검의 소송대리인인 서울고검 이세중 법무관은 “공소장 부본은 정보공개법이 규정한 자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상고했다”며 “‘공소장 부본도 공개 대상’이라고 관련 법이나 검찰내규가 바뀌면 상고를 취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씨 쪽 변호사는 “최근 사개추위가 피해 고소인의 경우 소송 중에도 재판기록을 볼 수 있게 한 개선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검찰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개추위는 지난달 ‘피해고소인에게는 형사소송 중에도 재판기록의 열람·등사를 허락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개선안을 의결한 바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은 피해 고소인의 방어권 보호를 위해 지난달 9일부터 모든 고소사건의 고소인과 범죄 피해자들에게 첫 재판 날짜와 담당 재판부, 공판 담당 검사 및 연락처, 사건번호를 통지하기로 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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