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참여연대와 9개 장애인단체 주최로 열린 ‘시각장애인 키오스크 접근권 보장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발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단체가 공공기관 내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에 장애인을 위한 기능이 마련돼있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기관장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또한 키오스크를 운영하는 케이에프씨(KFC)코리아, 한국맥도날드 등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정조치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참여연대와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9개 장애인단체는 1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의 장벽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진정서를 낸 대상은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시장, 법원행정처장, 서울대학교병원장 등 9개 공공기관장이다.
단체들은 이들 기관의 키오스크 운영이 “장애인도 장애인 아닌 사람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재화, 용역 등을 이용할 수 있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이 진정을 제기한 이유는 다수의 서울 내 공공기관 무인민원발급기가 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4∼6월 서울 내 공공기관 무인민원발급기를 조사한 결과 음성정보를 통해 화면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기기가 51.8%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점자 키패드, 이어폰 단자 등이 구비돼 있어도 작동되지 않는다거나, 시끄럽다는 이유로 음성 안내의 음량을 줄이거나 꺼버리는 경우가 많아 시각장애인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방법원과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과 국공립병원 내 키오스크에도 장애인을 위한 기능이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인권위 진정과 함께 케이에프씨코리아, 한국맥도날드, 롯데지알에스, 비알코리아, 이마트24 등 5개 사업자를 상대로 시정조치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각장애인들은 패스트푸드점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 사용을 ‘소리 없는 벽을 두드리는 것과 같다’고 호소했다”며 “5개 사업자가 제공하는 키오스크는 음성안내 기능이 전혀 제공되지 않았고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화면확대 기능이 있더라도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점자나 촉각을 이용해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수단 역시 제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으로 무인정보단말기가 일상이 되는 현실에서 장애인도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필요한 편의를 받아야 한다”며 “키패드, 점자라벨, 화면을 읽어주는 음성 안내, 화면확대 등의 기능이 있는 키오스크를 설치해달라는 기본적 요구에 국가인권위와 법원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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