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7일 서울 중구 봉래동2가 서울로2017에서 한 노숙인이 그늘을 찾아 짐수레를 끌며 이동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노숙자들은 손을 닦을 곳과 물을 마실 정수기 사용이 좋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로) 다 막아서 어려워졌습니다.”
“아픈 사람이 많고 방이 좁은 쪽방촌에서는 늘 코로나19가 걱정됩니다.”
쪽방 주민, 노숙인, 노점상 등 8명이 코로나19 이후 바뀐 자신의 삶에 대한 ‘증언’에 나섰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빈곤철폐의 날 증언대회-내가 살아갈 코로나19 이후’ 자리에서다. 오는 17일 유엔에서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앞두고 5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이 대회에서 이들은 코로나19 재난 위기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코로나19는 쪽방 주민과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 거주 청년 주거권을 위협했다.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양동 쪽방촌에 사는 길순자씨는 “코로나로 쪽방살이가 너무 많이 어렵다. 쪽방 건물에서는 코로나에 걸려 실려 가는 사람도, 밖에서 코로나 걸려들어 온 사람도 있어 걱정된다”며 “(정부가 쪽방촌) 방역에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개발 예정인 양동 쪽방촌에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는 임대주택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빈곤철폐의 날 증언대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태그(활동명)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원은 “지난 여름 어느 기숙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모든 거주자가 음성 결과가 나왔는데도 일방적인 퇴실 조치를 강행했다.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한 청년은 코로나로 인한 실직 후 2개월의 주거비를 납부하지 못하자 퇴거 경고장을 받았다. 청년이 겪는 주거문제는 일시적으로 겪는 문제라는 이유로 늘 등한시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거리가 집인 노숙인이 겪는 어려움도 크다. 다수의 노숙인지원센터와 무료급식소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7일 이내 발급된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홈리스행동 소속 로즈마리(활동명)씨는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시설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고, 코로나 걸릴까 봐 (봉사하는) 민간인 발걸음도 뚝 끊겼다. 무료 급식소에서도 밥을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숙인 관련 시설도 일반 상업 시설처럼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촌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하는 정수나씨는 매출 감소와 지자체의 영업 중단 요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홍대와 신촌은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장사하는데 이들의 발길이 끊어지며 매상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구청에서는 방역법 핑계를 대면서 장사를 쉬라고 한 다음 노점 마차를 철거해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월세와 애들 학비 등 돈 들어갈 데는 많은데 장사는 못 하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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