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동대문 흥인지문 네거리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조법 전면 개정 등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3일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동대문 일대에서 2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께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정부와 서울시의 대회 불허방침에 의해 동대문 인근으로 옮겨 진행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고 2만여 참가자들이 안전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자, 전태일 열사의 숨결이 깃든 평화시장 인근 동대문역 부근으로 정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오후 1시40분께부터는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을 기준으로 네거리 모든 방향에서 참가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종로5가∼동묘 구간 약 340m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화동 구간 약 220m의 도로를 가득 메웠다.
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우리가 전태일이다”를 외치며 ‘비정규직 철폐’, ‘불평등을 끝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불평등을 타파하고 평등 사회로 가는 길에 전태일 열사는 110만 조합원의 심장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며 “51년 전 노동자 대투쟁의 새 역사를 열어젖혔던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근본적인 사회대전환 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2시20분께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동대문역에서 종로5가 방면 도로 왕복 8개 차로를 메우고 펼침막을 바닥에 깔고 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 흥인지문 네거리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ㅊ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불평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민주노총은 정의당·녹색당 등 5개 진보정당과 ‘대통령 선거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50% 이상 감축 법제화 △5인 미만 사업장·단시간 노동자 등에게 예외 없이 근로기준법 적용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및 모든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 △주4일제 도입 △사회서비스 공공확대 등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이 밖에도 민주노총은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진행된 총파업 집회 때와 달리,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페이스쉴드(얼굴 가리개)’를 착용한 모습은 아니었다. 경찰은 대회 내내 수차례 해산 명령 방송을 했으나, 이날 대회는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앞서 서울시와 경찰은 민주노총의 집회신고를 ‘쪼개기 불법 집회’로 간주해 허가하지 않았다. 경찰은 집회 집결부터 원천 차단하겠다며 이날 오전 서울광장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남북 구간, 안국역에서 경복궁역 인근까지 동서 구간에 경찰버스를 동원해 차벽을 설치했다. 일부 차량은 검문을 받았으며 시민들의 통행도 일부 제한됐다.
또 이날 낮 12시30분부터 2시까지 경복궁역, 광화문역, 시청역, 종각역, 안국역, 을지로입구역 등 서울 도심 내 지하철역에서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버스도 인근 36개 버스정류장(181개 노선)에서도 버스가 낮 12시30분부터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정부의 집회금지 통고에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집회 허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13일 오후 2시20분께,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동대문종합시장 디(D)동 출입구 앞에 앉아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서울경찰청은 “경찰·서울시의 집회 금지에도 불구하고, 동대문역 인근 도심권에서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한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주최자 등에게 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서혜미 박지영 고병찬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