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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 무너진 환자 이송체계 “병원 10곳서 거부, 도로 집으로”

등록 2021-12-15 05:00수정 2021-12-15 11:33

코로나19 구급대원이 말하는 최전선
병실 부족 → 구급차 장시간 대기 → 다시 집
“병원 알아본다던 보건소는 연락도 없어…”
환자 이송·치료에 대한 ‘신뢰 붕괴’ 큰 문제
일반 중환자들도 병원 찾아 곳곳 헤매기도
코로나19 위중증환자가 900명을 넘어서고, 병상 부족으로 인한 환자 이송체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시립서북병원에서 119 소방대원들이 코로나 환자를 병동으로 옮기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코로나19 위중증환자가 900명을 넘어서고, 병상 부족으로 인한 환자 이송체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은평구 시립서북병원에서 119 소방대원들이 코로나 환자를 병동으로 옮기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오셨어요! 저희도 병실이 없어요!”

“저희는 어떡합니까. 딴 데서도 오지 말라고 하는데요.”

충청 지역에서 10년째 소방구급대원으로 일해온 ㄱ씨는 최근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때마다 의사와 얼굴을 붉혀야 한다. “서울·수도권이 아닌데도 확진자 급증이 체감이 돼요. 굉장히 난감한게, 열이 37도만 넘겨도 병원에서 환자를 안 받아줘요. 연락해보면 오지 말라고 하고. 환자를 병원에서 안 받아주면 어디로 데려갈 수 없잖아요. 구급차 안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는 가운데, 환자-보건소-소방구급대원-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 체계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환자 이송 최전선에서 매일 전쟁을 치르는 소방구급대원들은 의료 시스템 붕괴와 함께 ‘신뢰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고 호소한다.

“119로 전화하는 분들이 굉장히 공격적이고 화가 나 있어요. 이유를 들어보면 몇 시간을 참으며 보건소의 ‘병원 알아보고 있다’는 말을 믿었는데, 그게 하루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어요. 국민 입장에서 보면 정부 지침으로 병원을 섭외해 주는 단계가 붕괴한 거예요. 신뢰를 잃은 거죠. 지금 이 신뢰가 깨진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경기도 서부지역 소방구급대원 ㄴ씨)

14일 0시 기준 병상 대기자는 1481명에 달한다. 재택치료 환자는 2만5846명이다. 지난 5~11일 사이 병상 부족으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환자는 17명으로 집계됐다.

병상 부족으로 환자 이송체계는 말 그대로 무너지는 중이다. 병실이 부족하니 병원에서는 환자를 받을 수 없고,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은 병원을 찾다가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 환자를 다시 집으로 데려다 놓는 상황이다. 수도권에서 광주나 경북 영주까지 환자를 이송한 사례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병실을 찾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ㄴ씨는 “최근 확진자 폭증 이전에는 보건소가 섭외하는데 3~4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이 멀더라도 병원 섭외는 됐다. 하지만 이제는 3~4일이 걸릴 때도 있다. 환자들이 참을 수 없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또다른 구급대원 ㄷ씨도 “예전에는 병원에 대기 시간을 물어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조차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병원들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격리실을 통해 환자를 받고 검사한다. 이곳에서 확진되는 사람이 많이 생기면서 격리실을 소독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가뜩이나 부족한 격리실이 더 줄어든다. 병원마다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기준도 들쭉날쭉이다. 기침, 가래, 인후통, 호흡곤란 등 명확한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와 달리 복통, 두통, 설사, 근육통 등에 대해서는 병원별로, 당직의사별로 판단이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구급대원 ㄹ씨는 “그러니 상대적으로 기준이 느슨한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해당 병원 혼잡도가 올라가고, 결국 모든 병원이 경쟁적으로 기준을 올리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그는 “같은 병원, 같은 증상인데도 지난주에 받았던 환자를 이번주에는 안 받는 상황이 생긴다”고 했다.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일반 환자도 위험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구급대원 ㅁ씨는 “호흡곤란이 심한 환자가 병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만 대기하는 상황이 생긴다. 구급차에 비치된 산소통에 한계가 있다 보니, 다른 구급차가 산소통을 갖다 주는 걸 반복하며 수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환자에게 심정지가 올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중환자에게 이런 상황은 더욱 가혹하다. 심지어 병실을 찾지 못한 중환자 가족들이 심폐소생술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ㄴ씨는 “만성질환이 있는 70대 환자에게 심폐소생을 하면서 이송했다.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하던 가족들이 10군데 이상 병원에서 거절당하는 걸 지켜보다 ‘그냥 다시 집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고 했다. 환자는 숨졌다. 병원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호소한다. 코로나가 의심되는 중환자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 병상을 신청하고 119를 부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환자 이송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반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서울의 한 구급대원은 “응급환자한테는 1분1초가 중요하다. 구급차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태우면 30분, 확진자면 1시간 소독을 한다. 병원 다녀오는 시간까지 합하면 3시간 정도 구급차가 출동을 못 하게 된다”고 했다. 이럴 경우 다른 지역 구급대가 출동하게 된다. 그만큼 출동 거리와 시간이 늘게 된다. 구급대원들은 “심정지 환자 등의 경우 출동에서부터 골든타임 5분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빈 박강수 김윤주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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