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사업가에게서 뒷돈을 받고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지난 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부동산 사업가로부터 공무원 로비 명목 등으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23일 재판에 넘겼다. 윤 전 서장은 현직에 있던 2012년 육류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8개월가량 국외로 도피하고도 검찰 비호 논란 속에 처벌을 피했는데, 약 10년 만에 또 다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이다. 윤 전 서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의 친형이다. 다만, 검찰은 재수사 중인 육류업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부장 정용환)는 이날 오후 5시20분께 윤 전 서장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 7일 구속된 윤 전 서장은 26일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검찰은 윤 전 서장이 2017~2018년 인천 영종도의 부동산 개발업자 ㄱ씨 등 2명로부터 부동산 사업 허가 관련 로비 등의 명목으로 1억3천만원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서장은 또 지난해 한 법인으로부터 법률사무 알선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그러나 검찰은 관심을 모았던 윤 전 서장의 ‘뇌물수수 의혹’을 두고서는 이번에도 결론을 짓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사건을 2년 넘게 재수사했는데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지난 3일 검찰이 윤 전 서장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서에 ‘뇌물수수 의혹’을 담지 않으면서,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통상 검찰은 피의자가 같으면 수사 부서가 다르더라도 구속영장에 담을 혐의를 관련 부서가 사전에 조율한다. 그런데 반부패강력수사1부가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에는 형사13부가 2년 넘게 수사한 ‘뇌물수수 의혹’이 담기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서장의 뇌물 수수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이번에도 무혐의 처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 임대혁)는 2010~2011년 윤 전 서장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대가로 육류 수입업자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놓고 재수사하고 있다. 윤 전 서장은 2012년 이런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현직 세무서장 신분임에도 외국으로 도피했다. 8개월 뒤 타이에서 붙잡혀 국내로 압송됐지만 구속을 면했다. 당시 경찰은 도주 우려가 있는 윤 전 서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은 ‘제보자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을 들어 영장을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2013년 기소 의견으로 윤 전 서장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송치 뒤 1년 반이 지난 뒤에야 그가 받은 돈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경찰 내부에선 친형 사건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윤대진 검사장을 대신해 친분이 있는 윤석열 후보 등이 힘을 써 사건을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2019년 7월 윤 후보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선 경찰 수사 당시 윤 후보가 윤 전 서장에게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후배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윤 후보 육성이 공개되면서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검찰 재수사는 당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고발로 시작됐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취임 뒤 이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지난해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중부지방국세청, 영등포세무서, 스카이72 골프장 등을 압수수색하고 올해 초 사건 관계인을 불러 조사에 나섰지만, 여전히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미진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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