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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음 역은 개성역…’ 전철 타고 임진강 넘어 민통선 간다

등록 2021-12-27 11:40수정 2021-12-28 02:03

코레일, 지난 11일부터 도라산역행 전동열차 운행
매주 토·일 및 공휴일 1회 운영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도라산역에 세워진 명판. 이우연 기자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도라산역에 세워진 명판. 이우연 기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역 안에 편의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없다니 아쉽지만…”

26일 오전 임진강역을 떠나는 경의중앙선 전철 안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 최현수(12)군의 목소리는 기대감에 들떠있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최군은 열차를 타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사전에 유튜브 등으로 여러번 동선을 숙지했다. 최군과 최군의 아버지가 탄 열차는 수도권을 지나다니는 평범한 전철 가운데 하나지만 목적지가 특별하다. 한반도 군사분계에서 2.5㎞ 떨어진 도라산역을 향하는 열차다. 이날은 ‘동·서해선 남북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3주년이 되는 날이다. 2018년 12월26일 남북은 개성 판문역에서 철도 연결 착공식을 열었지만, 남북 교류가 중단되며 사업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경의중앙선 임진강역∼도라산역 열차 노선도. 빨간색 사각형 부분이 운행 구간. 코레일 누리집 갈무리
경의중앙선 임진강역∼도라산역 열차 노선도. 빨간색 사각형 부분이 운행 구간. 코레일 누리집 갈무리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11일부터 임진강역에서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에 있는 경의선 최북단역 도라산역까지 오가는 셔틀전동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관광열차인 ‘평화열차 DMZ 트레인’을 이용해 도라산역에 갈 수 있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의 여파로 2019년 10월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2016년부터 진행한 경의선 임진강∼도라산 구간 전철화 공사가 지난 11월 완료되며 도라산역행 철길이 다시 열렸다.

경기도 파주의 최저기온이 -18.7℃를 기록한 이날 도라산역행 열차에 몸을 실은 시민들은 출퇴근 등 일상에서 이용하는 전철로 민통선 내부를 갈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열차에 탄 정찬호(34)씨는 “역 밖을 나갈 수는 없지만 북한이랑 조금 더 맞닿아 있다는 마음이라도 느끼고 싶어 열차를 탔다”고 말했다.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 3.7㎞를 달리는 4분 동안 승객들은 유리창에 몸을 밀착하고 꽁꽁 얼어붙은 임진강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임진강역∼도라산역 열차에 탑승한 승객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우연 기자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임진강역∼도라산역 열차에 탑승한 승객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우연 기자

물론 일반 전철처럼 쉽게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11시 임진강역에서 출발하는 도라산역행 열차를 탑승해야 한다. 임진강역에서 출입신청서를 제출하고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한 뒤 관람 요금 2500원을 결제하면 된다. 탑승인원도 하루 50명으로 제한돼 있다. 오전 10시20분 전까지 이러한 과정을 마치고 승차 전 군사경찰의 신원 확인을 마치면 도라산역행 열차를 탈 수 있다.

도라산역에 도착하면, ‘통일 플랫폼’을 볼 수 있다. 2007년 남북을 오갔던 화물 화차 실물과 남북 철도 연결 관련 자료 사진 등이 역 내부 곳곳과 광장에 있다. 1시간가량 관광한 후 임진강역으로 다시 돌아간다. 코로나19 때문에 도라산역과 연계된 안보관광은 현재 어렵지만, 한국철도공사는 관련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 도라산역 안에 적힌 글귀처럼 열차는 북한과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는 꿈을 꾼다. 현재 도라산역은 역사에서 가까운 승강장 한 곳만 운영하고 있지만, 북한 방향으로 향하는 국제선 승강장이 있다. 역 안에는 남쪽에서 육로를 통해 북한을 입·출경할 때 거쳐야 하는 남북출입사무소도 있다. 역명판에는 ‘개성역’이 도라산역의 다음 역으로 적혀있다. 이날 도라산역을 방문한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남북 간 철도를 연결해 미래로 나아가고 평화를 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도라산역에 정차한 전동열차. 이우연 기자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도라산역에 정차한 전동열차. 이우연 기자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도라산역에서 발부하는 평양역행 기념용 승차권. 이우연 기자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도라산역에서 발부하는 평양역행 기념용 승차권. 이우연 기자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임진강역∼도라산역 열차에 탑승한 승객이 임진강 사진을 찍고 있다. 이우연 기자
26일 오전 경의중앙선 임진강역∼도라산역 열차에 탑승한 승객이 임진강 사진을 찍고 있다. 이우연 기자
글·사진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바로가기: 임진강역∼도라산역 열차 노선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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