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현관 앞 시시티브이(CCTV) 화면을 보는 장면. 광진구청 제공
홀로 사는 여성 직장인 이아무개(39·서울 광진구)씨는 밤늦게 집에 들어갈 때마다 긴장한다. 빌라 내부의 어두운 계단을 올라갈 때면, 혹시나 누군가 뒤따라오지는 않는지 신경이 곤두선다. 결국 지난 10월 이씨는 구청에서 지원하는 1인 가구 대상 방범 서비스 ‘지켜줘 홈즈’를 신청했다. 구청에서 현관 폐회로 텔레비전(CCTV)과 침입감지센서, 비상벨 등을 무료로 설치해주고, 침입 경보 등이 있을 때 민간 보안업체 에이디티(ADT)캡스의 긴급출동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다. 1년간은 구청에서 무료로 지원하고, 이후에는 매달 9900원 이용료를 내야 한다.
스토킹 범죄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이씨처럼 ‘방범대책’을 마련하려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월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뒤 혐의가 확인돼 경찰이 피의자를 검거한 사건만 지난 26일 기준 765건이다. 특히 1인 가구 여성이 늘면서 이들을 위한 맞춤형 방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 중심으로 여성들이 느끼는 안전에 대한 불안을 고려한 지원 정책이 확대되는 중이다. 지난 9월 서울시는 광진구 서비스 내용과 유사한 1인가구 대상 가정용 보안서비스 ‘안심도어 서비스’를 시행했다. 지난 17일 기준 1769건이 접수됐는데, 신청자 90%가 여성이었고 연령대로는 80%가 20~3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1인가구특별대책추진단 관계자는 “성별 관계 없이 지원하기로 했지만, 안전에 대해 우려가 큰 20~30대 여성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관문 경보기 등 방범 도구를 직접 구매해 개인 안전에 대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몰 지(G)마켓은 최근 한달(11월26~12월26일) 현관 경보기와 방범창 판매량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141%, 7%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호신용품인 호신용 호루라기와 스프레이 판매량도 각각 67%, 30%씩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에는 경찰의 대응만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두달 사이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사건,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사건 등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이었던 피해자나 가족들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경찰의 현장 대응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나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며 ‘방범대책’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이씨는 “최근엔 실수로 현관을 ‘잠금’ 해둔 상태에서 문을 열었다가 곧장 업체로부터 침입 등 이상이 없는지 연락을 받은 적 있었다”며 “흉흉한 사건이 많은데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곧장 달려올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해서 무료 기간이 끝나도 (안심도어 서비스에) 직접 이용료를 낼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