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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귀여워서 사줬다” 초등학생도 하는 중고거래…범죄 노출·분쟁 우려도

등록 2022-01-03 16:50수정 2022-01-04 02:34

미성년자들 사이 ‘용돈 벌이’로 입소문
대면 거래라 범죄 노출될까 부모들 걱정
보호자 동의 없을 경우 거래 관련 분쟁도
당근마켓 “모니터링해 14살 미만은 계정 중단”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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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이재연(32)씨는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캐릭터 인형을 샀다. 거래 장소를 정하고 직접 물건을 거래하러 간 이씨는 판매자가 여중생인 것을 알고 당황했다. 이씨는 “말투가 어리다고는 생각했지만 판매자가 진짜 미성년자인 줄은 몰랐다”며 “멀리서부터 우리 동네로 와서 거래했는데, 용돈을 벌기 위해 중고거래를 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당근마켓과 같은 동네 직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용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면 거래인만큼 학부모 사이에서는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나온다.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 거래는 무효라는 사실을 모르고 거래했다가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

당근마켓으로 미성년자와 중고거래를 했다는 후기는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하는 품목은 레고 같은 장난감부터 다이어리 꾸미기 용품까지 다양하다. 미성년자로부터 중고품을 샀다는 성인들은 후기에서 “초등학생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데 귀여워서 사줬다”, “초등학생이 중고 거래하러 나왔는데 예의 바르고 정중해서 너무 귀여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제관념을 교육하기 위해 자녀와 중고거래를 한다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10살 아이를 둔 직장인 정아무개(40)씨는 “아이가 질려서 안 쓰는 장난감 중 팔만한 것을 직접 골라 내 계정으로 판매글을 올리도록 한 적이 있다”며 “같이 직거래 장소로 나가 팔고 아이에게 용돈으로 줬다”고 말했다.

다만 대면으로 하는 거래인만큼 중고거래 플랫폼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 맘카페(육아 커뮤니티)에는 자녀들의 당근마켓 거래가 걱정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지역 맘카페에서 자신을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라 밝힌 게시자는 “아들이 안 쓰는 전자기계를 당근마켓에서 팔려고 약속까지 잡은 것을 알게 됐다”며 “혹시나 범죄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성인인증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는 30대 남성이 당근마켓으로 바지를 거래하려던 10대 남성을 집으로 데려가 강제추행한 사건도 벌어졌다.

미성년자와 한 중고거래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가 없다면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는 조항을 모르고 거래했다가 분쟁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 민법에 의하면 만 19살 미만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취소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거래가 성사된 후 보내는 ‘거래매너’ 알림을 통해 “미성년자라면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해달라”고 공지하고 있으나, 거래가 무효처리 될 수도 있다는 안내는 별도로 하지 않고 있다. 이재연씨는 “미성년자와 거래하면서도 이런 조항이 있는 줄 몰랐는데, 잘못하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만 14살 미만의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히지만, 휴대폰 인증만 거치면 사실상 만 14살도 미만도 가입이 가능하다. 서비스 이용 약관 등을 체크하면서 만 14살 이상임을 체크하기만 하면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가 이용할 경우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경고 문구 등이 플랫폼에 노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판매자가 만 14살 미만으로 의심되는 게시글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의 신고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이용자 계정을 중단하고 있다”며 “미성년자 거래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도 먼저 당근마켓 차원의 중재를 시도한 다음,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로 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만 19살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 진행된 거래는 취소될 수 있다”며 “안전한 거래 문화와 커뮤니티 환경 조성을 위해 이용자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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