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아 우리 손주 장가 못가면 어쩌나…”
“할머니께서 주신 내리사랑으로 자랐습니다. 주위에서 칭찬하시는데 늘 죄송할 따름입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학교까지 모시고 다니며 효를 다한 손자와 할머니가 나란히 학사모를 쓰게 됐다.
17일 대전보건대학을 졸업하는 정영철(29·노인보건복지과)씨는 학교 쪽이 친할머니 김분순(85·대전 서구 삼천동)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학교가 할머니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것은 김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었고, 영철씨의 효행이 동료 학생들에게 웃어른 공경의 모범이 된 데 따른 것이다. 정씨는 효행상과 대의원상을 받는다. 정씨는 2004년 입학 뒤 할머니와 커플이 돼 등·하교하며 공부했다.
정씨는 할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 장애(치매)를 얻고, 퇴행성 관절염까지 겹쳐 거동이 불편해지자 가정형편상 봉양하기 어려운 부모님을 대신해 할머니를 모셨다.
2년여 ‘영철씨-할머니’ 커플은 교수와 동료 학생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 이 학교의 유명인사가 됐다.
김 할머니는 졸업장을 받는다는 말에 활짝 웃다가 “꽃같은 여학생과 만나 연애해야 하는데 데이트 한번 못해 우리 손주 장가 못가면 어쩌나”며 사랑어린 걱정을 털어놓았다.
정씨는 “큰 어려움 없이 졸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주위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사회복지 시설 등에 취직해 할머니 여생을 편안히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글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대전보건대학 제공
글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대전보건대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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