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경찰 조사에서 횡령금을 주식투자에 사용해 모두 날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무원은 기금관리용 계좌 대신 출금이 가능한 부서 업무용 계좌를 이용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강동구청 투자유치과에서 7급 주무관으로 근무했던 김아무개(47)씨는 강동구청이 추진 중인 자원순환센터 건립자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날인 25일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동구청은 고덕·강일 공공주택사업지구 내 지상 폐기물 처리시설을 친환경 자원순환센터로 건립하는 사업을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스에이치)로부터 ‘폐기물처리시설설치기금’을 징수하고 있다. 김씨는 에스에이치 쪽에 공문을 보내 출금이 불가능한 기금 관리용 계좌 대신, 자신이 관리하는 부서 업무용 계좌로 기금을 입금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15개월간 해당 계좌로 입금된 돈을 자신의 계좌로 보내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구청 돈을 횡령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투자유치과에서 다른 부서로 옮겼고,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기금에 대한 결산처리가 돼 있지 않은 점을 의심한 후임자가 구청 감사담당관에 이를 제보해 횡령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횡령한 공금을 모두 주식투자에 썼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횡령액 115억원 중 38억원을 2020년 5월께 구청 계좌에 다시 입금했다. 김씨는 경찰에 ‘나머지 77억원은 모두 주식투자에 사용해 남은 돈이 없다’ 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횡령금을 추적하기 위해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며 공범 여부도 수사할 계획이다.
지난 23일 강동구청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 강동경찰서는 24일 김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서울동부지법은 26일 김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동구청은 지난 23일 김씨를 직위해제하고, 6개 부서로 구성된 ‘공직비리 특별조사반’을 편성해 자체적으로 원인 분석에 나섰다고 밝혔다. 구청은 관리 중인 전 계좌와 기금운용실태 등 예산회계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를 추진한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26일 입장문을 내어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피해액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유사사례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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