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송아무개(29)씨는 새해부터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최소 한 가지씩 그날 하루 주변 사람에 감사한 내용을 적는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과 무기력함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로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 직원들을 위해 자기계발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앱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도록 장려하는 목적에서다. 송씨는 “처음에는 목표를 지켰을 때 받는 회사 상금이 목적이었지만,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거나 새해 인사를 나누는 일 등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 번아웃(탈진), 불안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는 2030이 점차 늘고 있다. 명상을 하고 일기를 쓰며 자기만의 마음 속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직장인 성아무개(30)씨는 지난해 상반기 말부터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마인드풀니스)를 시작했다. 감정의 기복이 생길 때나 하루 중 특정 시간에 심호흡을 하며 현재 어떤 느낌과 기분이 드는지, 왜 그런 것인지 등을 차분히 생각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일거리가 줄어드는 등 직접적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이 조심스러워지고 감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무기력함이 그를 덮쳤다. 성씨는 “너무 힘들어서 심리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리 관련 책을 읽거나 영상을 찾아보다 명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의 마음을 챙기는 연습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예전보다 감정 기복이 덜하다”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아침과 저녁에 명상을 하고, 아침마다 감사한 일을 적는다는 어린이집 영양사 강 아무개(39)씨도 “하루 중에 명상을 할 때 제일 편안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시간을 가지면서 예전보다 마음이 편해지고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화 함께 막대한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사회의 특징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과)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병의 불확실함과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며 “현재 사회가 정보와 자극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그 정보들로 인해 타인과 비교하는 일도 너무 많아지면서 피로감과 우울감, 무기력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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