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62단독 정창오 판사는 16일 도로에서 차에 치어 숨진 취객 박아무개(35)씨의 유가족이 “만취한 것을 알고도 길 가운데 내려놓았다”며 택시기사와 회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택시기사와 회사는 1억2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박씨는 지난 2003년 7월 만취 상태로 김포공항 부근에서 경기도 일산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자동차 전용도로인 자유로에서 택시가 잠시 멈춘 사이 갑자기 차를 내려 1시간여 동안 도로 위를 헤매던 중 2대의 승용차에 잇달아 들이받혀 숨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택시기사가 박씨에게 내리지 말 것을 경고하거나 ‘다시 탑승하라’고 말하지 않고, 119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떠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가 달리는 차의 문을 열어 택시기사가 도로 가운데에 정차할 수 밖에 없게 한 잘못도 있으므로, 책임을 25%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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