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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같은 편’ 로펌에 갑질 사망 조사위 구성 맡긴 현대차

등록 2022-02-07 15:04수정 2022-02-08 02:33

이상엽 부사장 “책임 확인되면 처벌 각오”
“제3기관에서 객관적·중립적 조사”한다더니
수년간 소송대리한 법무법인 화우에 위임
현대차 “화우는 구성만…조사는 3인위원 주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찬희씨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던 이상엽 현대차 부사장이 “(본인) 책임이 확인되면 처벌을 감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책임 소재 등을 규명할 위원회 구성을 수년간 사쪽 소송을 대리해 왔던 대형 로펌에 맡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독립적·객관적 조사가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상엽 부사장은 지난 4일 현대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시 한 번 삼가 고 이찬희 책임님의 명복을 빌며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 언론과 여론에 의해 ‘사회적 타살’ ‘살인’과 같은 단어가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의 조사라도 응해 고 이찬희 책임의 사망과 관련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만약 응분의 책임이 확인되면 이에 따른 처벌을 감당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희씨는 2020년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이씨가 당시 디자인센터장이었던 이 부사장의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사장이 이메일을 보낸 날은 이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인지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리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11일 언론보도로 이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박정국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은 언론보도 열흘 뒤 “제3의 외부기관을 통해 조직문화 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부사장 역시 이메일에서 “외부기관에 의한 이번 조사의 객관성, 중립성과 엄정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사실관계에 기반해 답변하고 조사받겠다. (조사 결과는)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취재결과, 현대차는 ‘제3의 외부기관’ 구성 및 지원을 그간 현대차 쪽 소송을 다수 대리해온 법무법인 화우에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우는 지난달 말 남양연구소 노조 쪽에 협조를 구하기 위한 만남을 요청하며 자신들이 현대차로부터 위원회 구성과 활동 업무 의뢰를 받았고,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알렸다. 박상훈 화우 대표 변호사가 중심이 돼 꾸린 ‘남양연구소 조직문화 개선위원회’는 유성재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위원장),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박형욱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 등(이상 위원)이 참여한다.

지난 1월17일 저녁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앞에 모인 고 이찬희씨의 동료들이 촛불집회를 열었다. 장예지 기자
지난 1월17일 저녁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앞에 모인 고 이찬희씨의 동료들이 촛불집회를 열었다. 장예지 기자
화우는 통상임금과 불법파견, 부당해고 등 각종 노동 이슈와 관련해 현대차 쪽 소송을 맡아왔다. 특히 박상훈 변호사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발병을 산재로 인정받는 데 기여했지만, 화우가 맡은 현대차 노동 사건에선 회사 쪽을 대리해왔다. 박 변호사는 2013년 현대차가 2년 이상 파견근로한 노동자를 원청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파견법 위헌소송에서 사측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2020년에는 현대차 산재사망자 자녀를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과 관련해 “고용세습”이라는 회사 입장을 대리하기도 했다.

직장갑질 119 권두섭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거나 소송을 수임하고 있는 대형 로펌은 회사와 이해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서 조직문화 조사를 한다면 사측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도 “회사 이익을 대변해 왔던 로펌의 개입에 독립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조직 사정에 밝은 밝은 노조의 자문이나 적극적 참여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노동법 전문가인 법대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조직문화 개선위원회가 전문성·객관성을 바탕으로 독립적 활동을 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경우 개선위원회 행정 지원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한 달간 진행될 연구소 전직원 대상 설문조사와 심층면담 등은 모두 3명의 위원이 주도할 것”이라며 “화우는 위원회 구성에 자문 역할을 했을 뿐 조사를 책임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상훈 변호사는 “현대차는 법무법인 화우에 조사 자체를 의뢰한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 개선위원회가 외부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되도록 위원 추천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세 분의 위원을 현대차에 추천했고, 앞으로는 위원회에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3인 체제로 꾸린 위원회는 2월 말까지 약 3주만에 △이씨 사건에 대한 자체 진상규명 △1만2천명 전직원 설문조사와 심층면담 등을 통한 조직문화 진단을 모두 마쳐야 하는 과제를 갖게 됐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이상엽 부사장 등을 포함해 현대차 이해관계자와 동료, 유족에 대한 면담도 이뤄질 수 있다. 위원을 맡은 이정식 전 사무총장은 “(현대차의) 과도한 성과주의 문제나 당시 회사의 초기 대응과 노조의 입장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진상규명 내용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사과,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 위원회의 조사량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인적 지원이 필요하다. 화우는 지원단 개념으로 기록·정리 업무 등을 맡게 된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중립적·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는 심리 사흘만인 7일 이씨 사망과 업무 연관성이 낮다고 보고 산재 불승인 결정을 했다. 유족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낼 계획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관련기사: [현장] 현대차 디자이너의 죽음…1년 4개월 뒤에야 촛불이 켜졌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7763.html

▶관련기사: ‘디자이너 죽음’ 뒤늦게 고개숙인 현대차, 유족·직원들 “기대 없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83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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