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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직사이트 올라온 ‘고수익 알바’…까딱하면 보이스피싱 범죄자

등록 2022-02-21 13:06수정 2022-02-22 02:32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의자 63%가 20·30대
‘심부름 업무’라며 현금 전달 지시하기도
단순 현금 수거책도 징역형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대구에 사는 ㄱ(당시 19살)씨는 지난해 에스엔에스(SNS)에서 일당 수십만원을 준다는 ‘고액 알바’ 모집 글을 봤다. 적혀 있는 연락처로 문의하니 “알려주는 장소에 가서 돈만 받아주면 된다”고 했다. ㄱ씨는 에스엔에스로 업무 지시를 받으며 출처를 알지 못하는 현금을 여러 차례 운반했고 이는 900여만원에 달했다. ㄱ씨는 결국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경찰에 검거됐다. ㄱ씨는 경찰 진술에서 “솔직히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일한 곳이) 보이스피싱 조직인지는 몰랐다”며 “그래도 일당이 세니까 한 번만 하고 치우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순업무’, ‘초보가능’, ‘고수익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공고에 넘어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공범이 되는 청년이 10명 중 6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1일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의자의 63%가 20·30대 청년층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12월 검거된 관련 피의자 2만2045명 중 20대 이하가 9149명(41.5%), 30대가 4711명(21.4%)에 이른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불법 도박, 음란물 사이트 광고 같은 기존 모집 방식을 넘어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청년 구직자를 조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구직자들에게 거래처나 대출금 회수 등 현금을 수거하는 업무라고 설명한다. 단순 심부름이나 택배, 사무보조 등으로 소개해 놓고, 실제로 접촉하면 “해당 업무가 끝났고, 대출금을 회수하라”라는 식으로 말을 바꾸기도 한다. 실제 게시된 채용공고 사례를 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초보가능’, ‘대학재학생·휴학생 가능’ 등을 언급하며 청년들이 쉽게 고수익 알바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달 전남 해남경찰서는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가 ㄱ컴퍼니에서 ‘대출금 회수’ 업무를 제안받고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현금 9100만원을 받아낸 피의자를 붙잡았다. 지난해 7월 전남 장성경찰서도 구직사이트에서 ㄴ컨설팅으로부터 채권추심 업무를 제안받아 두 차례에 걸쳐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피의자를 검거했다. 한달 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가 검거한 피의자는 단순 심부름 업무로 전해 듣고 현금 3087만원을 피해자한테 받아냈다가 붙잡혔다. 이들 역시 모두 20·30대였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초래한다며 단순 현금 수거책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천지법은 현금 1500만원을 수거한 20대 여성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했고, 같은달 대구지법은 1억원 이상을 수거한 20대 남성에게 피해자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회사가 현금 수거 업무를 제안한다면 의심해 가담하지 말아야 한다”며 “한번 범행에 가담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과 공범이 됐다는 불안감으로 범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아르바이트로 현금을 운반하는 순간 ‘인간 대포통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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