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 부당합병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3일 조세포탈,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의 혐의로 고발된 이 부회장과 성명불상의 전·현직 삼성그룹 임직원 다수를 증거불충분으로 지난달 21일 불송치 처분했다고 밝혔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는 지난해 10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연합회(ICIJ)와 ‘판도라 페이퍼스’ 파일을 분석한 결과, 이 부회장이 2008년 스위스 은행인 유비에스(UBS)에 계좌 설립 목적으로 조세회피처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배처리 파이낸스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10월15일 청년정의당이 서울중앙지검에 이 부회장 등을 고발했고, 사건은 경찰로 이첩됐다. 검찰은 조세포탈 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직접 수사하지만, 이 사건은 실제 조세포탈 여부나 구체적 액수가 밝혀지지 않아 경찰에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청년정의당에게 보낸 불송치 결정문을 보면, 경찰은 “배처리 파이낸스 명의 계좌 정보 등을 회신받기 위해 국세청, 영국·스위스 국제공조수사 요청 등을 진행했으나 제공 불가 등의 사유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범죄사실을 특정할 만한 단서가 없는 등 피의자들은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없음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여 수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결여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나온 게 없다. 의혹만으로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청년정의당은 경찰의 처분에 불복해 이날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찰이 수사를 미비하게 하여 자료수집에 실패한 것을 ‘증거불충분’이라 한 것이다. 경찰로서 직무를 유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가석방 상태인 재벌총수의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이 드러났고 조세포탈 목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증거를 수집할 책임은 경찰에 있다”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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