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초박빙 대선 개표 상황을 지켜본 시민들은 다음날인 10일 새벽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선거 종료 직후 나온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가 0.6%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손에 땀을 쥐고 개표 방송을 밤새워 지켜봤다. 치킨 등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스포츠 경기를 보듯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권아무개(30)씨는 “밤새 개표방송을 지켜보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출근했는데 일하다 계속 졸고 있다. 지금 너무 피곤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변유찬(36)씨는 “관외 투표함 개표 결과까지 반영되면 결과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말을 기대하고 새벽 내내 잠을 자지 않고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며 “함께 개표 방송을 봤던 아내는 끝내 피곤한지 잠들었다. 혼자 손에 땀을 쥐고 개표 방송을 봤다”고 말했다. 서아무개(26)씨도 “친구들과 새벽 4시까지 안 자고 개표 방송을 보면서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치킨 등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개표 상황을 지켜본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에 사는 김아무개(55)씨는 “개표 방송 보면서 치킨과 함께 맥주를 마셨다. 어제(9일) 저녁 치킨 시키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배달이 한시간 반 넘게 걸리더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방송 보면서 치킨 파티한다”, “개표 방송 때 먹을 치킨 추천 부탁한다”, “평소보다 최소 30분 일찍 시켜라” 등의 게시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ㄱ씨는 “어제 저녁 평소보다 주문이 두 배 정도 많이 들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장 ㄴ씨도 “어제 저녁에 가족 단위로 와서 치킨을 포장해 가는 손님들도 평소보다 15~20% 정도 많았다. 옛날에 개표 방송 같은 걸 하면 손님들이 가게에 와서 방송을 보면서 치킨을 드시곤 했는데 대선날에는 코로나 확산세가 심하다 보니까 포장 손님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초접전 출구 조사 결과를 두고 스스로 대선 결과를 예측해보기도 했다. 부산에 사는 정아무개(30)씨는 “남편이 공대 출신인데 엑셀에 개표율을 입력해서 득표율을 자기가 예측하더라. 우리 부부도 밤새 개표 상황을 지켜보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