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순례자가 찾는 성당 목포에”
대주그룹 허재호(63) 회장이 20일 사재 300억원으로 전남 목포에 대형 성당을 지어 천주교에 기증하기로 했다.
허 회장은 목포시 산정동 옛 가톨릭병원 터 9300여평에 1500석 규모의 성 미카엘성당을 건립해 봉헌한다는 내용의 기증서를 천주교 광주대교구 최창무 대주교에게 전달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말 천주교 성직자 한 분을 만나 제안을 받고 기꺼이 수락했다”며 “기증 방법과 일정 등을 담은 증여계약서를 만든 뒤 본격적으로 성당건축 사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외국 여행 때 봤던 아름다운 성당들이 세계적인 문화공간과 순례장소로 자리잡은 것을 보고 순례지로 남을 만한 성당을 짓기로 했다”며 “지역사회에 기업이익의 일부를 나눠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성당은 2008년까지 300억원을 들여 미사공간과 피정센터, 건물 25층 높이인 70m 짜리 상징탑 등을 갖춘 대형 건축물로 지어진다. 토지는 천주교 쪽이 제공하고 시공은 대주건설이 맡는다. 건물을 500년 이상 쓸 수 있게 대리석과 비철금속 따위 자재를 활용한다. 성당 안팎에는 사회복지, 교육장, 예식장 등 공익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다.
성당이 들어설 장소는 1897년 광주·전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성당이 들어섰고, 6·25 전쟁 중 교구장과 선교사들이 순교하거나 피랍당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1955년 성당 터에 성 골롬반 병원이 세워져 2000년 목포 가톨릭 병원으로 바뀌었지만 2002년 운영적자 커져 문을 닫고 말았다.
허 회장은 광양 출신으로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81년 대주건설을 설립해 조선·금융·언론·제지 등 계열사 13곳을 둔 대주그룹으로 키웠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