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법무부의 난민 인정심사 지침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4-3부(재판장 김재호)는 난민인권센터가 ‘난민 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 중 일부를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30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여권·비자가 만료된 난민 신청자에 관한 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공개하라는 취지다.
난민인권센터가 공개를 요구한 지침은 법무부가 난민신청자 등에게 체류자격을 부여·변경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법무부는 이 지침을 공개하지 않아, 난민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고 심사에 탈락한 난민신청자들도 자신이 왜 탈락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는 소송 과정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되며 공개할 경우 난민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지침을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해당 정보 자체가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보 공개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보를 공개해야 난민신청자들도 사전에 필요한 행정서류 등을 준비할 수 있고, 법무부 난민심사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덧붙였다. 2심도 비슷한 취지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대법원은 2007년 법무부에 이 지침을 공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는 탓에 당사자들은 소송을 통해 관련 정보를 파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법원에서는 난민 심사 지침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콩고 출신 앙골라인으로 난민심사를 받지 못해 공항에 280여일간 머무른 루렌도 가족이 낸 난민지침 공개 소송에서도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국익에 영향이 있는 정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법무부의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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