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오수 총장이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이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 추진에 사퇴를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 총장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중요한 제도 변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의에 참석한 지검장들을 향해 “어떻게 하면 우리가 국민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지 의견도 함께 줬으면 한다. 대검은 여러분의 뜻을 모아 사력을 다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를 지키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전국 지검장 18명 등이 참석했다.
전국검사장회의가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 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 전국 지검장 18명 등이 참석해 대면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동취재사진
김 총장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보다는 지난해부터 적용돼 시행 중인 검·경수사권 조정 안착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70년 만의 대대적인 형사사법제도 변화가 있었다. 큰 폭의 변화가 있다 보니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등 여러 문제점과 혼선이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전가되고 있다”며 “시행된 지 1년여밖에 안 된 형사사법제도가 제대로 안착되기 전에 검찰 수사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검찰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진법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제도 도입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저는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중심으로 검찰은 운영하며 제도 안착과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해왔다. 검찰이 수사를 못 하면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 고통은 늘어난다. 부패, 기업, 경제, 선거범죄 등 중대범죄 대응은 무력화된다. 사건처리는 더욱 늦어지고 국민은 더 많은 불편을 겪는다. 검찰 제도가 형해화돼 더 이상 우리 헌법상의 검찰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국 검사장 회의는 12일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열렸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검찰 수사-기소 분리 추진과 관련한 당론을 모을 계획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옮기고 법사위 소속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보내는 사·보임을 하자 검찰 내부와 국민의힘 쪽에서는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 인적 구성을 유리하게 가져가 검찰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은 민주당의 수사-기소권 분리 움직임에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이다. 앞서 8일 열린 고검장 회의와 법무부 검찰국 회의에서 검찰은 한 목소리로 이런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10일에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이 회의를 열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서도 현직 검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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