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면세품인 선박용 경유를 탈색해 일반 경유와 섞은 가짜 경유 500만ℓ를 주유소에 판매해 시가 15억원 상당의 이익을 남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한국석유관리원과 공조해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 혐의로 각각 공급·알선·유통·탈색을 맡은 조직 총책임 4명을 구속하고 주유소 운영자를 포함한 일당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이 팔고 남은 13만ℓ 상당의 가짜 석유는 압수해 폐기했다.
이들은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경기, 대구·경북, 충남·충북, 전북 등 전국 21개 주유소와 공모해 가짜 석유를 ℓ당 약 1400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전남 여수 오동도 인근 해상에서 면세품인 고유황 성분의 선박용 경유 150만ℓ를 ℓ당 400원에 사들여 전남 구례에 있는 유류 저장소에서 탈색한 후 정상 경유와 1대2비율로 섞어 가짜 석유를 만들었다.
이들 일당은 단속에 대비해 점조직 형태로 서로의 신분을 감추며 가짜 석유를 공급해 주유소에 알선하고 유통 및 판매했다. 또한 석유를 수송하는 탱크로리 차량을 개조해 선박용 경유의 붉은 염료를 제거했고, 운행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유통했다.
선박용 경유는 일반 경유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황 성분을 포함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자동차 엔진 등에 고장을 일으킨다. 이에 자동차용 연료로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선박용 경유의 면세 혜택을 악용하기 위해 가짜 석유를 제조·유통하는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에 미세먼지 유발 주범으로 지목되는 가짜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사범들을 지속해서 단속하고, 세금 포탈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짜 석유를 만들기 위해 선박용 경유의 붉은 염료를 제거 중인 피의자.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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