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20초 만에 “또 좌절”…‘장애인 차별’ 발언 의원들 상대 소송 법원 기각

등록 2022-04-15 12:26수정 2022-04-15 17:38

국회의원 6명 대한 청구 기각, 의장 청구는 각하
“대한민국이 지켜주길 바랐는데…”
“소송 대상 의원들 재판 불성실하게 임해”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장애인 차별 발언을 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장애인 당사자 원고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장애인 차별 발언을 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장애인 당사자 원고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주문. 원고는 피고 박병석에 대한 소를 각하한다. 원고들의 피고 곽상도, 이광재, 허은아, 조태용, 윤희숙, 김은혜에 대한 각 청구를 다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15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법 310호 법정. 장애인들이 지난해 장애인의 날(4월20일)에 장애인 차별 발언을 한 국회의원,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소송에 대한 선고는 20초가량의 주문 낭독으로 끝났다. 원고 쪽에서 허탈해하는 한숨이 터져 나왔고 누군가는 “벌써 끝난 거야?”라고 말했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의원들은 ‘집단적 조현병(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외눈박이(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정신분열적(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꿀 먹은 벙어리(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절름발이(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발언을 했다. 장애인들은 해당 의원들에게 원고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고, 국회의장에게는 이들을 징계하고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장애인 모욕 발언 금지 규정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발언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야기하고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장애 비하 발언”이라며 “(해당 표현들은)부정적 의미를 담아 상대방을 공격하고 깎아내리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혐오적 표현”이라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의원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또한 사건에 대한 심리를 거쳐 내리는 기각과 다르게, 국회의장에 대한 청구에는 소 제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봐 사건에 대한 판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재판을 종결하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장애인 당사자들은 재판 후 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원고 조태흥씨는 재판 후 기자들에게 “오늘의 결과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의 비하 발언과 더불어 법원의 판결하는 모습이 또 한 번 장애인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결과라 심히 안타깝고 울컥한 마음마저 든다”라며 “상식에도 부합되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이 인권과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나라인지 서글프다”고 했다. 역시 장애인 당사자인 주성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가리키며 “어느 당의 대표로 있는 사람의 한 마디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게 사회적 지위가 가진 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나서서 장애인의 권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당사자로서 좌절감을 많이 느낀다”라고 말했다.

원고 쪽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12월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 표현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20·21대 국회 모두 여전히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한 소송에 임하는 정치인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지적했다.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속인 최갑인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은 소송 과정에서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장애인 비하 표현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다’, 심지어는 면책 특권까지 주장하기도 했다”며 “이들은 한 번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아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수많은 국회의원이 장애 비하 발언을 쓰고 있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는 인식이 깔린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특히 정신분열증 표현의 경우에는 (장애계에서 조현병으로) 바꾸기 위해 수년간 의료진분들과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노력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고 쪽은 향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의원들의 반복되는 장애인 비하 발언, ‘실수’ 아닌 인식 그 자체”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1307.html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